계속되는 탈북에 황금평 경계 강화
압록강변에 인민해방군 병력도 포착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 신의주와 국경을 맞댄 중국 랴오닝성 동남부 도시 단둥. 한국일보가 지난달 30일부터 이틀간 돌아본 도시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북한에 대한 경계가 더욱 강화됐다고 현지인들은 말했다. 2020년 1월 국경 봉쇄로 북중 교역이 전면 중단된 이후 "배고픈 북한 주민들이 쏟아져 나올 것에 대비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커졌다는 것이다. 도시의 적막을 깨는 건 훈련 중인 중국 인민해방군의 차량 운행 소리였다. 훈련 목적은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현지에선 "북한 내 급변사태 대비 차원"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황금평 내리자 "여기서 나가라" 방송
단둥 시내에서 압록강 하류 방향으로 약 15㎞ 떨어진 랑터우. 신의주 곡창지대인 황금평과 바로 맞닿은 접경 지역이다. 황금평을 마주 보고 있는 도로 2, 3㎞ 구간에는 이중 철책이 빼곡히 설치되어 있었다. 철책 너머 황금평 구역엔 북한 국경수비대원들이 짝을 지어 경계 근무를 서고 있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여기서 나가라!"는 중국어 방송이 귀를 찢었다. 그제야 사방에 설치된 스피커가 눈에 들어왔다. 곳곳에서 감시 카메라 렌즈들이 기자를 향하고 있었다. 가이드로 동행한 단둥 주민은 "여기 오래 있으면 좋을 게 없다"며 이동을 재촉했다.
코로나19 확산 이전 황금평은 탈북민의 경유지였다. 국경 봉쇄 이후엔 황금평을 통한 탈북 시도가 더욱 늘어났다고 한다. 현지인들에 따르면, 지난해 5월 북한 주민 5~7명이 황금평을 거쳐 단둥으로 나왔다가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 2021년 8월 단둥 지방 당국은 '압록강 순찰 강화'를 위한 공안 조직을 만들어 탈북자 체포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한 주민은 "최근 몇 년 사이 탈북민 경계가 더욱 강화됐다"고 했다.
"북한 식량난이 심해지고 있다"는 소식이 국경 너머에서 드문드문 들려온다고 했다. "최후의 식량인 군량미까지 방출한다", "중국에 잔류한 북한 노동자들에게는 60만 톤가량의 식량을 확보하라는 지시가 하달됐다"는 미확인 소식도 떠돌았다.
군용 트럭 10여 대 압록강변으로..."북한 난민 유입 대비"
압록강 상류를 향하자 중국 군용 대형 트럭 10여 대가 왕복 4차선 도로에서 압록강변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쾌속선으로 보이는 소형 함정과 부교 구조물 등이 실려 있었다. 트럭들이 압록강변으로 모두 내려가기 전까지 일반 자동차들은 군인들의 통제 속에서 통행을 멈춰야 했다.
인민해방군은 2004년 무렵부터 압록강 도하 훈련을 거의 매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한미 군사훈련에 대한 맞대응이라기보다는 북한의 급변사태나 식량난에 따른 대규모 난민의 유입을 막기 위한 훈련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음식 구걸했던 북한 주민도 사라져"
단둥 시내에서 압록강 상류 방향으로 더 가면 단둥에서도 북한 땅과 가장 가깝다는 이부콰(一步跨)가 나온다. 이부콰는 '한 발자국이면 (북한으로) 넘어간다'는 뜻에서 붙은 지명이다. 7, 8m 폭의 샛강 너머 북한 의주군 방산리에는 잡초만 무성했다. 단둥에 오래 거주한 주민들에 따르면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빨래를 하러 나오거나 돈이나 음식을 구걸하는 북한 주민들이 종종 목격됐던 곳이다. 현지 관계자는 "이부콰 지역에 설치된 철조망도 불과 4, 5년 전 갑자기 설치됐다"며 "북중 국경이 곧 열리더라도 탈북을 막기 위한 경계는 계속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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