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광주·전남 지역 가뭄 중장기 대책으로 4대강 보를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2021년 국가물관리위원회가 자연성 회복을 이유로 보를 상시개방·해체하겠다는 방침을 뒤집은 것이다.
3일 환경부는 '광주·전남 지역 중장기 가뭄 대책 주요 방향'을 발표했다. 국가물관리위원회의 심의·의결 등을 거쳐 이달 내로 확정할 계획이다.
이번 대책은 광주·전남 지역 가뭄이 앞으로 더 심각해질 거란 전망에서 나왔다. 기상청에 따르면, 남부 지방 가뭄은 230일 이상 지속되며 관측 이래 최장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앞으로도 폭우·가뭄이 동시에 나타나는 이상 기후 현상이 심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정부는 이 지역의 하루 공급 용수를 약 61만 톤 더 확보하는 등 중장기적인 가뭄에 대처하겠다는 구상이다. '61만 톤'은 영산강·섬진강 유역 댐 6곳에 각각 발생했던 최악의 가뭄이 동시에 발생하고, 기후위기가 이를 더 악화시킬 것을 가정해 산정했다.
이번 대책에는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등 4대강 본류의 16개 보를 활용해 인근 양수·취수장 70곳에 물을 대고, 지하수 사용지역 71곳에 생활·공업·농업용수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 담겼다. 이번 가뭄에 4대강 보가 직접 활용된 것은 금강 백제보로 하류 물을 도수로를 통해 보령댐에 공급하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달 3일 보령댐 가뭄대응단계가 '관심'으로 격상되자 도수로를 가동했는데, 하루 11만5,000톤의 물을 보령댐에 보충할 수 있다. 영산강에선 승촌보와 죽산보가 평소보다 많은 물을 저류할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현재 영산강에는 승촌·죽산보를 합쳐 약 2,300만 톤의 물이 저장돼있는데 보 수위를 상승시키면 1,160만 톤을 추가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런 방침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뒤집는 것이어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2021년 문재인 정부 국가물관리위원회는 금강·영산강 유역 보 5곳을 해체하거나 상시 개방하겠다고 의결했었다. 당시 정부는 "강의 자연성 회복과 주민들이 원하는 물 이용 간 균형을 이뤄야 한다"며 세종·죽산보 해체, 공주보 부분해체, 백제·승촌보 상시 개방 방침을 밝혔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문재인 정부의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을 폐기하겠다고 공언해왔다. 4대강 보의 자연 영향이 과장됐고, 보의 물을 활용해 농업·공업·생활 용수를 공급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지난달 31일엔 전남 순천의 주암댐을 찾아 "방치된 4대강 보를 최대한 활용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한화진 장관도 이날 "가뭄 대응 차원에서 보의 긍정적인 면을 활용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4대강 보 활용이 가뭄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4대강 본류와 가뭄 피해 지역이 멀리 떨어져 있는 탓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4대강 사업 조사평가 위원회는 "과거 최대가뭄 발생 때 가뭄 지역과 4대강 사업 지역이 불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가뭄대응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용수공급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대책에는 장흥댐과 주암댐 간 연계를 강화하고, 댐의 '밑바닥 물'까지 활용하겠다는 방안도 담겼다. 전남 순천의 주암댐은 전남 장흥의 장흥댐에 비해 물량이 부족한데 두 댐을 연결한 관로를 확대해 장흥댐의 물을 하루 10만 톤가량 주암댐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또 비상대책으로 댐에서 정상적으로 용수를 공급할 수 있는 하한선인 저수위 아래로 댐 수위가 떨어질 경우 댐 바닥의 '비상용량'과 '사수용량'까지 긁어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다만 이 물들은 댐 바닥의 오염물질 때문에 오염도가 높은 점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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