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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그' 표지 장식한 106세 타투이스트 할머니 "아름다움 개념, 진화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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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그' 표지 장식한 106세 타투이스트 할머니 "아름다움 개념, 진화하길"

입력
2023.04.03 17:54
수정
2023.04.03 18:0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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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가시 이용한 문신 '맘바바톡'
전통 부족의 유산 명맥 유지해 와

아포 황오드(106) 할머니가 표지에 등장한 필리핀 보그 4월호. 보그 제공

아포 황오드(106) 할머니가 표지에 등장한 필리핀 보그 4월호. 보그 제공


상반신 전체에 트라이벌(고대 원시 부족 전통 문양) 타투를 한 106세의 필리핀 여성 타투이스트가 세계적 패션 잡지 '보그' 표지를 장식했다.

2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보그 필리핀은 아포 황오드를 4월호 표지 모델로 선정했다. 1917년생인 그는 보그 사상 최고령 표지 모델이다. 이전 최고령 모델은 2020년 영국 보그 표지에 등장한 영국 국민배우 주디 덴치(당시 85세)였다.

황오드가 주목받는 것은 나이가 많기 때문만은 아니다. 필리핀 최북단 칼링가주 부스칼란 마을에 사는 황오드는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한 칼링가 붓붓 부족의 전통 문신 ‘맘바바톡’을 지켜왔다.

1,000년 넘는 역사를 지닌 맘바바톡은 시트러스 나무 가시에 숯불 그을음으로 만든 잉크를 묻힌 뒤 피부에 찔러 넣는 방식으로 무늬를 새긴다. 기하학적인 격자 무늬는 전사들의 힘과 용기를 상징한다. 필리핀 현대사가 격변을 겪는 중에 전통은 소리 없이 지워졌다.

더스트레이트타임스는 “1990년대 초 미국이 필리핀을 점령하고 기독교를 전파하면서 부족들의 문신은 야만과 무지의 표시로 무시당했다”고 전했다. 탄압을 이겨내고 맘바바톡을 지켜온 게 황오드다. 그는 90년 전인 16세 때 처음 문신 도구를 잡은 뒤 내내 놓지 않았다.

2007년 미국 다큐멘터리 전문 케이블 방송인 디스커버리채널이 맘바바톡 마지막 계승자인 황오드를 재조명하면서 그는 스타가 됐다. 필리핀 전통 문신 기법도 재조명됐다. CNN은 "요즘 세계 각국의 여행자 수천 명이 황오드의 타투를 몸에 새기기 위해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12시간 넘게 걸리는 부스칼란 마을까지 찾아간다”고 전했다.

보그는 전통을 예술로 승화시켜 세계에 알려온 황오드의 의지를 높게 평가해 표지 모델로 뽑았다. 비 발데스 보그 필리핀 편집장은 CNN에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인류의 아름다움”이라고 했다. 또 “아름다움은 다양하고 포괄적인 얼굴과 형태를 포함하고 있다"면서 "아름다움에 대한 개념이 지금보다 더 진화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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