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일은 않고 돈이나 뿌리는 시·군
재정자립 최하 지자체의 각종 추태
도시 재건, 플린트 경찰을 본받아야
2018년 넷플릭스가 개봉한 '플린트 타운'이란 다큐 시리즈가 있다. 미시간주에 있는 작은 도시 플린트는 인근의 디트로이트와 함께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였다. 21세기 들어 미국 자동차 산업이 쇠락하자 플린트는 인구가 절반으로 줄었고 디트로이트와 마찬가지로 파산 상태에 몰렸다. 떠날 능력이 있는 주민들이 떠나버린 플린트는 인구가 10만 명 이하로 떨어졌고 그중 빈곤층이 많은 흑인이 3분의 2를 차지하게 됐다. 경찰력이 전성기의 3분의 1 수준인 100명 이하로 줄어들자 치안 공백이 심각해졌다. 2014년에는 수돗물 오염 사태가 발생해서 사망자가 속출했다. '플린트 타운'은 살기 어려운 작은 도시를 지키려는 경찰국장과 경찰관들의 눈물겨운 투쟁을 잘 그려냈다.
지방자치가 일찍 정착한 미국에서 시(市)와 카운티는 자체 경찰과 소방대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임무다. 뉴욕이나 LA 같은 대도시이든 플린트 같은 작은 도시든 마찬가지다. 플린트처럼 재정이 나쁜 시의 시장과 경찰국장은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고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하루하루 투쟁해야 하는 고난의 자리이다.
우리는 경찰과 소방 업무를 중앙정부가 관장한다. 교육도 중앙정부와 광역 단위의 교육청이 관장한다. 어려운 일은 중앙정부가 해결해 주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직선으로 선출된 시장과 군수는 자기들이 황제나 되는 듯이 행세한다. 우리나라 시·군은 수도권의 몇몇을 제외하곤 재정자립도가 낮다. 재정자립도가 10~20%에 불과한 시·군도 많다. 사정이 그러해도 세원 발굴을 위해 노력하는 시장과 군수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 대신 지역발전이니 뭐니 하는 황당한 구실을 만들어서 중앙정부와 국회에 손을 내민다.
치안과 소방 같은 힘든 일에서 해방된 지방정부가 만들어내는 소식은 대체로 한심하고 창피하다. 작년 추석을 앞두고 전북 김제, 전남 영광, 경북 경산, 강원 양양 등 전국 20여 개 지자체가 주민들에게 10만~100만 원에 이르는 돈을 지원금 명목으로 지급했다. 재정자립도가 최악인 지자체들이 이렇게 돈을 뿌렸다는 데 대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전남에선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군수가 200억 원을 투입해 무슨 길을 조성하겠다고 나서서 빈축을 사고 있다. 전남의 또 다른 군수는 서울에서 하는 아들의 결혼식을 알리면서 계좌번호를 적시한 청첩장을 돌려서 고발된 상태이다.
몇 년 전에는 경북의 어느 군 의원들이 해외연수를 한답시고 외유를 하던 중 가이드를 폭행하고 접대부를 찾았던 일이 폭로되기도 했다. 최근에도 해외연수에 나선 어느 도의회 의원이 비행기 속에서 추태를 부려서 물의를 빚었다.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난 시·군은 재정자립도가 열악하고 지방소멸 현상으로 사라질 곳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는 미시간주 플린트의 공직자들이 시를 살리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면 우리의 시·군 공직자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추태 그 자체다.
작은 지자체만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경기 성남시의 전임 시장 은수미는 부정한 청탁을 들어줬다는 등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은 전 시장은 임기 4년을 재판을 받으면서 흘려보내서 주민들의 자존심을 훼손했다. 그 전 시장인 이재명 대표도 시장 재임 시의 여러 가지 일로 기소된 상태다. 재정자립도 1위인 성남시에서 소멸 위기에 처해 있는 작은 시·군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지방정부는 총체적으로 병들어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지방자치에 대한 반성과 지방정부에 대한 대수술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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