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영화 '왓쳐'
편집자주
※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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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함께 낯선 나라 낯선 도시에서 살게 된다. 언어는 기초실력조차 안 돼 있고 아는 이는 없다. 고립과 고독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상황. 입주한 아파트 건너편 건물 창가에서 한 남자가 여자를 지켜본다. 우연한 대면인 줄 알았는데 매번 자신을 주시하고 있다. 실루엣만 보이는 그는 드라큘라를 연상시킨다.
①낯선 곳 루마니아에서 벌어진 일
줄리아(마이카 먼로)는 신혼이다. 남편 프랜시스(칼 글루스먼)와 함께 루마니아 부쿠레슈티로 이주해 온다. 줄리아는 프랜시스와 달리 루마니아어를 전혀 못한다. 프랜시스는 언제 다른 나라로 전근 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좋은 여건을 만들기 위해 매일 야근이다. 그는 누군가가 계속 자신의 뒤를 밟는 것 같다는 줄리아의 말을 건성으로 듣는다. 집 주변에서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진 것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도 한다. 공포와 불안은 오로지 줄리아의 몫이다.
도와줄 사람이 거의 없는 이국의 도시에서 줄리아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보려 한다. 건너편 건물 남자를 몰래 따라다니며 그의 실체를 밝혀보려 한다. 옆집 여인과 안면을 트는 등 부쿠레슈티 생활에 적응해가는 점이 용기를 주기도 한다.
②지켜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스릴러 영화가 늘 그렇듯 주인공 줄리아의 의도대로 상황이 돌아가지 않는다. 수상한 남자의 정체가 쉬 드러날 리 없다. 경찰은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줄리아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간다. 오히려 난처한 상황에 처한다. 프랜시스는 줄리아가 예민하다며 슬쩍 이죽거린다. 줄리아는 다시 고립무원의 상태로 돌아간다. 자신을 둘러싼 모든 의문스러운 상황은 어쩌면 자신의 공상이 만들어낸 것에 불과한가. 줄리아의 마음은 더 힘들어진다. 하지만 자신을 구해줄 이는 오직 자신뿐이다.
영화는 줄리아의 외로움에 동구권 도시의 낯선 이미지들을 포개며 스산한 기운을 만들어낸다. 루마니아가 드라큘라의 나라라는 점이 공포감을 은근히 만들어내기도 한다. 세심한 연출과 배우의 호연이 진부한 설정과 익숙한 이야기이라는 약점을 넘어선다.
③장르 규칙에 충실한 공포 영화
‘왓쳐’의 장점은 장르 규칙에 충실하다는 점이다. 모범답안처럼 기승전결을 이어간다. 깜짝 놀랄 반전을 위해 이야기를 지나치게 비틀지 않는다. 잔혹한 장면으로 시각적 충격을 주는 대신 정서적 공포를 조성하는 데 역점을 둔다. 범인의 실체를 차분히 드러내며 줄리아가 느낄 만한 두려움의 강도를 조금씩 전달한다. 단출한 이야기에 어울릴 만한 관객 공략 방식이다.
막판 작은 반전이 있다. 참신하다고 할 수는 없으나 쾌감이 꽤 있는 마무리다. 줄리아는 배우였으나 적성에 맞지 않아 그만뒀다고 이웃에게 밝힌다. 그는 생애 가장 완벽한 연기를 범인 앞에서 해낸다.
뷰+포인트
마이카 먼로는 ‘마담 싸이코’(2018)와 ‘플래시백’(2020) 등 스릴러나 공포 영화에서 재능을 발휘해온 배우답게 줄리아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해낸다. 미국 감독 클로이 오쿠노의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오쿠노 감독은 고립에 처한 먼로의 심리를 섬세하게 포착해낸다. 평범한 인물 먼로가 주변 도움을 받지 않고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모습은 탄탄한 심리 묘사가 있었기에 설득력을 얻는다. 미국에선 지난해 6월 극장 개봉했다. 넷플릭스 독점 영화는 아니다. 웨이브와 티빙에서도 볼 수 있으나 추가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88%, 관객 67%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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