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에게 왜 미디어를 이용하느냐고 질문을 하면 대부분은 정보 탐색, 타인과의 소통 및 의견교환, 오락 등의 목적이라고 대답한다. 이렇듯 미디어를 이용하는 행위는 주로 문화적이고 사회적인 행위로 인식된다. 미디어는 문화적이고 사회적인 현상이지만 한편으로는 경제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미디어는 산업으로, 콘텐츠가 상품으로 거래되는 시장이 있고 이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 및 소비자의 효용이 결정되기도 한다. 미디어 경제학은 미디어 현상을 상품을 공급하고 소비하는 과정으로 보는 관점이다.
미디어를 통해 소비되는 콘텐츠는 일반적인 상품과는 다른 몇 가지 특성이 있다. 먼저 미디어 상품은 소비를 통해 소멸하지 않는다. 이러한 특성을 '비소모성'이라고 하는데 음식이나 다른 물건처럼 한번 소비하면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또 미디어 상품은 여러 사람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무료로 이용하려는 사람들을 막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특성을 '비배제성'이라고 하는데, 이 때문에 전통적인 텔레비전은 시청자가 콘텐츠를 이용하는 비용을 직접 지불하지 않고 광고 시청과 같은 간접적 방식을 통해 운영되어 왔다. 미디어 이용을 문화적이고 사회적인 현상으로 보는 관점은 주로 이용자들의 효용 또는 만족과 관련이 있다. 최신 드라마를 활용하여 다른 사람과 대화거리를 만들거나, 소셜미디어를 활용하여 시청의 만족도를 높인다든지, 댓글을 통한 정치적 참여 등이 효용이나 만족이 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미디어 상품을 소비하는 비용적 측면을 한번 살펴보자. 대표적으로 텔레비전을 시청하기 위해서는 수상기가 있어야 하고, 케이블 TV나 IPTV 서비스에 가입하고, 전기료를 지불해야 한다. 먼저 텔레비전 수상기의 평균가격은 산정하기 쉽지 않지만, 현재 국내 전자회사의 65인치 UHD TV가 100만 원 전후의 가격이 형성되어 있다. TV의 수명 혹은 교체주기는 보통 5년에서 10년 정도로 보고 있으니, 이 수상기를 8년 정도 사용한다고 보면 100개월, 즉 한 달에 1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고 할 수 있다. 최근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IPTV 가입자는 평균 한 달에 2만 원 정도의 서비스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고, 케이블TV 이용자는 1만 원 정도 지불한다고 한다. 따라서 서비스 이용료로 평균 1만5,000원 정도 지불하는 셈이다. TV의 소비전력을 150W를 기준으로 하루 평균 3시간 사용한다고 하면 한 달에 1,130원 정도의 전기요금이 발생한다. 즉 우리는 텔레비전을 시청하기 위해 한 달에 1만6,130원 정도를 지불하고 있고, 이를 하루로 계산하면 538원 정도를 지불한다. 즉 우리는 하루에 500원 정도를 지불하고 3시간가량 텔레비전을 시청하고 있다.
요즘과 같은 고물가 시대에 이 정도 비용을 지불하고 텔레비전을 시청함으로써 얻게 되는 효용이나 만족을 주는 대체재가 있을까?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에서 텔레비전 시청 시간이 많은 이유도 이러한 저비용 구조 때문은 아닐까? 최근 미디어 산업의 새로운 흐름으로 나타나는 OTT 서비스나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 등은 이러한 저비용 구조를 깨기 위한, 미디어를 이용하는 비용을 올리기 위한 미디어 산업의 새로운 전략으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우수한 품질의 콘텐츠를 낮은 비용으로 이용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공영방송사의 위기가 이러한 비용구조 때문은 아닌가 생각해볼 만한 주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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