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과 주식 투자 나란히 대폭 감소
가계 금융자산 43.5% 예금에 몰려
지난해 금리 상승과 시장 부진으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이 사그라들면서 가계 여윳돈이 36조 원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가계가 금융기관에서 끌어다 쓴 돈과 주식투자 잔액이 나란히 큰 폭으로 감소했다.
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자금순환(잠정)’ 통계를 보면 지난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 운용’ 규모는 182조8,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35조9,000억 원 확대됐다. 이는 예금이나 채권 등으로 굴린 가구의 돈(자금 운용)에서 금융기관 대출(자금 조달)을 뺀 금액으로, 사실상 가계의 여유 자금을 나타낸다.
코로나19로 위축됐던 소비가 대면서비스를 중심으로 늘었지만, 소득이 그보다 더 크게 증가하면서 가계 여윳돈도 늘어났다는 게 한은 설명이다. 가계는 소득과 대출을 통해 소비와 투자에 나선다. 실제 지난해 전국 1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389만 원으로 2021년(363만 원)보다 7.2% 늘었다. 근로소득 증가에 소상공인 손실보전 등 이전소득까지 더해진 결과다.
가계의 자금 운용과 자금 조달 규모는 모두 전년 대비 줄었는데, 자금 조달 감소폭(112조8,000억 원)이 운용 감소폭(76조9,000억 원)보다 컸다. 지난해 가계가 금융권에서 끌어다 쓴 돈은 66조8,000억 원. 부동산과 주식투자 광풍에 힘입어 통계 작성 이래 최대를 기록한 2021년 189조6,000억 원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한은은 “대출금리 상승과 대출규제 지속, 주택경기 둔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조달이 크게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금리가 오르고 안전자산 선호가 강해지면서 가계의 저축성예금은 전년 대비 100조7,000억 원 늘어난 182조9,000억 원을 기록했다. 그 결과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전체 금융자산 중 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43.5%까지 불어났다. 2011년(45.1%)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반대로 주식시장에서 굴린 자금은 2021년 112조9,000억 원에서 지난해 40조6,000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금융자산 구성 중 주식 비중도 역대 최대를 찍었던 2021년 20.8%에서 3%포인트 급락했다.
기업의 경우 순조달 규모가 175조8,000억 원으로 1년 사이 109조5,000억 원이나 확대됐다. 원자재 가격과 환율 상승으로 운전자금 수요가 급격히 늘었기 때문이다. 시장 여건 탓에 주식 발행은 축소됐으나 공기업은 채권 발행을, 민간 기업은 은행 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정부 부문 순조달 규모도 11조1,000억 원에서 39조3,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코로나19 대응 등을 위한 정부 지출이 국세 수입보다 더 많이 증가한 결과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