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다리로 가달라"는 승객, 택시기사가 살렸다

경찰 신고 후 다리 난간 붙잡은 승객 설득

"가까운 다리로 가달라"는 승객의 요구에 불안한 기운을 감지한 택시기사가 112에 신고해 생명을 구했다. 유튜브 채널 '한문철TV' 캡처

"가까운 다리로 가 달라"는 승객의 요청에 불길한 예감이 든 택시기사가 결국 한 생명을 구해낸 사연이 공개됐다.

지난 5일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한문철 TV'에는 '남한강 다리로 향한 택시 승객과 차마 그냥 돌아오지 못한 택시 기사'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제보자인 택시기사 A씨는 지난달 26일 새벽 1시쯤 충북 충주시에서 한 남성 손님 B씨를 태웠다. 당시 술에 취해 있던 B씨는 "가까운 강, 다리 있는 데로 가 달라"고 말했다. A씨가 "뭐 하러 가시는 거냐"고 묻자 B씨는 "그냥 기분이 안 좋아서 뛰면서 산책 좀 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A씨는 수상하고 불안한 마음에 재차 "기분이 안 좋으셨냐", "힘든데 왜 다리로 가냐"고 재차 말을 걸었고, B씨는 "좀 잘못하면 빨간 줄 그어질 수도 있고요, 사람이 한 번 안 풀리기 시작하면…"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에 A씨는 "그래도 힘내라. 사람 사는 거 별거 없다. 다 똑같다"고 위로했다.

목적지에 도착한 A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뭐 다른 나쁜 생각하시는 거 아니죠?"라고 또 물었고, B씨는 "극단 선택 무서워서 못 해요. 어떻게 해요"라고 대답했다.

택시기사에게 "가까운 다리로 가달라"는 승객. 유튜브 한문철 TV 캡처

그러나 A씨는 불안한 마음을 떨칠 수 없어 112에 전화를 걸어 "손님을 지금 내려 드렸는데 힘들다며 다리 있는 데로 가 달라고 하더라"며 "혹시 몰라서 신고 좀 한번 드리려고 한다"고 신고했다. 이후 차를 돌려 승객이 내렸던 장소로 갔더니 승객은 다리 난간 위에 서 있었다. 이씨가 승객을 위로하고 설득하며 시간을 버는 사이 경찰이 도착했고, 결국 B씨는 난간에서 내려왔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A씨에게 "기사님이 한 사람 살리신 것"이라고 감사를 표했다고 한다. 이후 경찰은 B씨를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인계해 상담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했다.

영상을 본 한 변호사 역시 "한 사람 살리신 것"이라고 말했다. 누리꾼들도 "대단하신 분", "택시기사님의 용기에 박수를 드린다", "아무 일 없이 끝나서 다행"이라고 칭찬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 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 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