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1분기 영업이익이 6,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5% 급감했다. 분기 영업이익으로는 2009년 1분기(5,900억 원) 이후 14년 만의 최저치다. 결국 삼성전자는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기조를 접고 메모리 반도체 감산을 처음으로 공식 인정했다.
부문별 실적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반도체 부문에서 4조 원 안팎의 적자를 냈을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수요가 위축되는 등 반도체 업황이 악화한 데다 주력인 D램 가격이 10~20% 빠진 데 따른 것이다.
삼성전자가 감산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공급 과잉에 따른 반도체 한파 장기화를 이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는 판단일 것이다. 그럼에도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재고 소진 후 반등이 시작되는 건 빨라야 3분기에나 가능할 거라는 예상이 많다. 미국 반도체 보조금 요건상 10월부터는 고사양 공정 장비를 중국에 반입할 수 없는 등 미중 갈등에 따른 족쇄도 날로 두꺼워지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어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찾아 “반도체는 특정 기업의 문제가 아니다”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반도체 초격차를 확보해 나가는 데 전폭 지원하겠다”고 했다. 앞서 정부와 국회는 논란 끝에 설비투자 세액공제율을 15%로 높였고, 용인에 세계 최대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할 수 있도록 해줬다.
정부가 적극 호응하는 만큼 삼성도 지금의 위기를 전화위복 기회로 삼아야 한다. 삼성이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1위 자리를 30년 넘게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위기 때마다 공격적 투자로 초격차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단기적 감산에도 인프라 투자를 지속하고 연구개발 비중도 확대하겠다”고 밝힌 건 다행스럽다. 반도체 업종 특성상 투자 타이밍을 실기하면 금세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뒤처진다는 걸 잊으면 안 된다. 시황에 흔들리는 메모리 편중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자율주행 등 첨단 반도체로 영역을 넓히는 체질 개선 노력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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