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자 우주인' 아키야마 도요히로
지구 귀환 5년 만에 퇴사해 유기농업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원전 난민' 돼
"내 시간은 2011년 3·11에 멈춰 있다"
“지금 본방송인가요?”
일본 최초의 우주인 아키야마 도요히로(81)가 1990년 소련의 소유즈호를 탔을 때 말한 첫마디다. 아직 방송 준비 중인 줄 알고 방금 전까지 교신한 직원에게 질문한 것이 그대로 전파를 타 버린 것이다. 방송 사고나 다름없었던 이 말은 지금까지도 회자될 정도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마이니치신문은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최근 14년 만에 처음으로 우주인 후보 2명을 선발한 것을 계기로 아키야마를 찾아가, 지난 7일 그의 근황을 보도했다. 한때 경력을 살려 방송에 출연하거나 저술 활동을 하기도 했던 그는 일본 미에현의 산골 마을에 파묻혀 TV도, 인터넷도 없는 집에서 농사를 지으며 말년을 보내고 있었다. 필요한 정보는 잡지나 책 등 활자 매체와 라디오로 얻는다. 한때 온 국민의 주목을 받았던 그가 ‘자연인’의 삶을 선택하게 된 배경에는 우주에서의 깨달음과 원전 사고의 경험이 있었다.
우주 갔다 온 후 인생관 바뀌어... 후쿠시마현서 유기농업
민영방송 TBS의 기자였던 아키야마는 회사가 소련과 우주인 협약을 체결하고 실시한 사내 공모를 통해 우주인으로 선발됐다. 소련의 우주인 훈련센터에서 1년 동안 훈련을 받은 그는 첫 번째 일본인 우주인이자 세계 최초의 언론인 우주인으로서 1990년 12월 2일 소유즈호에 탑승했다.
우주에서의 경험은 아키야마의 인생관을 바꾸었다. “동기 중 누가 국장이 됐다, 이사가 됐다며 승진에 관심 갖는 게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5년 만에 회사를 관두고 유기농업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우주에서 본 지구는 정말 아름다웠다”며 “농부야말로 자연을 직접 느낄 수 있는 직업이 아닐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마침 후쿠시마현의 한 마을에서 명예 촌장이 되어 주지 않겠느냐는 제안이 왔다. 그는 이곳으로 이주해 쌀과 표고버섯 농사를 지었고, 경험을 살려 환경에 대한 강연이나 방송 출연, 저술 활동도 했다.
원전 사고로 피난민 돼... "일본은 지진 국가, 또 사고 날 것"
그러나 행복했던 ‘인생 2막’은 2011년 3·11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파탄 났다. 피난처를 찾아 떠도는 ‘원전 난민’이 된 아키야마를 교토조형예술대학이 초빙했다. 이곳에서 농업과 인생에 대한 강의를 하던 그는 퇴임 직전인 2017년 미에현의 산간 마을로 이주해 유기농업을 재개했다.
미에현으로 이사한 이유는 “원전에서 150㎞나 떨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미에현 주민들은 세 차례나 원전 건설을 거부했다. 아키야마는 “반(反)원전 의사를 밝힌 현민이 결코 ‘소수파’가 아니라는 것은 원전 난민으로서는 든든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지진 국가이므로, 반드시 또 한번은 (원전) 사고가 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내 시간은 아직도 (2011년) 3월 11일에 멈춰 있다”고 했다.
그는 요즘 오전 5시에 일어나 농사일을 하고 오후 4시에 저녁식사를 한 후 8시에 잠드는 규칙적 생활을 한다. 새 우주인 후보가 선발됐다는 소식은 라디오로 들었다. 그는 “우주에 갔다 온 후 시간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며 지구는 46억 년이나 됐지만 인간은 겨우 100살밖에 살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상이 TV나 인터넷을 요구해도 나는 나 자신의 시간 감각으로 살고 싶다”며 “내 리듬에는 활자 매체가 딱 적당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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