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민식이법 적용해 구속영장 신청
주요 지자체 최대 40% 가까이 늘어나
모임 늘고 나들이객 많아진 영향 분석
경찰 "음주운전은 살인… 경각심 가져야"
대전 도심 복판에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으로 돌진한 음주 차량에 치여 의식을 잃은 초등학생이 숨졌다. 경찰은 가해자에게 스쿨존 내에서 사고를 낸 운전자 처벌을 강화한 '민식이법'을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대전 둔산경찰서는 음주운전을 하다 어린이보호구역 내 인도를 덮쳐 초등학생 1명을 숨지게 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어린이보호구역 치사 및 위험운전 치사와 도로교통법 위반)로 60대 남성 A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전날 오후 2시 21분쯤 대전시 서구 둔산동 문정네거리 인근 도로를 달리다 좌회전 금지구역에서 핸들을 갑자기 왼쪽으로 꺾어 인도로 돌진했다. 때마침 길을 걷던 9~12세 초등학생 4명이 차량에 치여 다쳤다. 그중 B(9)양은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숨졌다. 나머지 3명은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B양은 사고 당시 친구들과 함께 집 근처에 있는 생활용품점을 들렀다 오는 길이었다.
사고를 목격한 시민 신고로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이었다. 사고가 난 곳은 대전탄방중 뒤편으로 ‘대전의 대치동’으로 불리는 학원 밀집 지역이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사고가 어떻게 났는지 모르고, 계속 ‘죄송하다’는 말을 했다”며 “목격자 진술과 사고 차량에서 확보한 블랙박스 등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사고 직전 점심 식사 중 지인들과 음주를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부터 시행된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개정안에 따르면 운전자 부주의로 스쿨존에서 어린이가 사망할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 음주운전자 처벌을 강화한 윤창호법 적용 가능성도 있다.
대도시 한복판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어린이가 희생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다시 터져 나오고 있다. 사고 현장 인근에 거주하는 김모(56)씨는 “무엇보다 ’재수 없으면 걸린다’는 음주운전자들의 잘못된 인식이 문제”라며 “음주운전자는 물론 방조한 이들까지 모두 강력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 경찰이 최근 실시한 음주운전 단속 결과 적발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크게 늘었다. 세종경찰청에 따르면 3월 한 달간 이뤄진 음주운전 단속에서 43명이 적발됐다. 작년 동기(30명) 대비 43% 늘어났다. 세종에선 지난해 4월 국토교통부 공무원의 음주운전으로 1명이 사망하고 6명이 중경상을 입는 사고가 나기도 했다.
다른 지역도 두 자릿수 급등세를 보였다. 충북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1,111명이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됐다. 이는 전년 동기(974명) 대비 14% 늘어난 것이다. 대구경찰청도 올해 들어 석 달 동안 작년보다 17.3% 늘어난 1,379명을 적발했다.
경남경찰청은 8일 오후 8시부터 6시간 동안 도내 주요 도로와 고속도로 진·출입로 등 41곳에서 음주운전 단속을 벌여 총 27명을 적발했다. 적발된 27명 중 면허취소는 17명, 정지는 10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음주운전 증가는 마스크 해제 등 코로나19 제약이 사라지면서 늘어난 각종 모임과 나들이객 여파로 보인다”며 “음주운전은 살인까지 부를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도록 단속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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