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한 대일 외교 기조 당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등 여당 지도부를 만나 "결코 일본을 만만히 대해서는 안 된다"며 현 정부·여당의 대일 외교에 대해 조언을 한 것으로 10일 전해졌다.
김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이철규 사무총장, 유상범 수석대변인 등 국민의힘 지도부는 9일 저녁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 전 대표 장인상 빈소에 조문한 뒤 이 전 대표와 20여 분간 대화를 나눴다.
동석한 정치권 인사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김 대표 등에게 "찾아와 주셔서 감사하다"는 감사함을 표한 뒤 나머지 시간 대부분을 정부의 대일 외교와 관련한 조언에 할애했다. 일본 특유의 꼼꼼한 '빌드업 외교'와 대조적으로, 윤석열 정부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과 관련해 제3자 변제 방식의 해법 제시와 같은 '쾌도난마식 외교'로 대응하는 모습을 특히 우려했다.
이 전 대표는 "일본 정부는 항상 외교를 할 때 준비를 철저히 하고 나오기 때문에 우리 측이 돌발적으로 쉽게 말을 해서는 안 된다"며 "우리도 사전에 철저한 준비를 해서 신중한 외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칫 일본에 내주기만 하고 정작 실리는 챙기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인 셈이다. 그러면서 "정부·여당이 대일 관계를 잘 이끌어 주셔야 양국 미래에 도움이 된다"며 대일 외교 기조 재검토를 거듭 당부했다고 이 참석자는 전했다. 이 전 대표는 신문기자 시절 일본 도쿄특파원을 지냈고 국회의원 재임 중에도 한일의원연맹 부회장을 지낸 대표적인 '지일파' 정치인이다.
김 대표 등 여당 지도부는 이 전 대표의 조언을 주로 경청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조문 뒤 '무슨 얘기를 나눴느냐'고 묻는 취재진에 "문상 와서 한 얘기를 말하기가 좀 그렇다"며 즉답을 피했다.
지난해 6월부터 미국 체류 중인 이 전 대표는 장인상을 맞아 지난 8일 임시 귀국했다. 이날(10일) 발인을 마친 뒤 18일 미국으로 출국해 6월 말 완전히 귀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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