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 민족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 인터뷰
"누구나 창의성 회복할 수 있죠"
창의성, 유연한 조직문화 고민한 책 '말랑말랑 생각법' 출간
“배달의민족이 만들어낸 결과물은 동료들이 이룬 것이고요. 사실 제가 한 건 많지 않죠.”
겸손하고 가식 없다. 한명수(51) 우아한형제들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CCO) 얘기다. 2015년부터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CCO로 일하며 ‘B급 문화’를 부흥시키는 데 기여했지만 “씨앗에 물을 주는 역할 정도나 한 것 같다”고 손사래를 친다. 그렇지만 그는 창의력 분야의 거물이다. 이노이즈 아트디렉터, 싸이월드 디자인 업무 총괄 등을 거친 대한민국 웹디자이너 1세대, 국내 최초 억대 연봉 디자이너,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출연 등이 그에게 붙은 타이틀.
최근 ‘말랑말랑 생각법’(김영사)을 출간한 그를 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사옥에서 만났다. 같은 일을 재미있게, 딱딱한 일터를 유연하게 바꾸는 아이디어를 담은 책. 우선 ‘창의력의 비법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건강한 신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여행처럼 특별한 경험이나 이벤트를 통해 창의성을 채우는 게 무의미하다는 걸 이제 알죠. 규칙적인 일, 규칙적인 생활을 계속하며 얻어내는 힘을 믿는 편이에요. 제 생활도 되게 단조로워서 저녁에 사람도 잘 안 만나고 술도 거의 안 합니다. 하하.”
그런데 ‘창의성’이라는 건 뭘까. ‘행복’의 반대말을 물을 때 대다수가 ‘불행’이라고 답하지만 어떤 이는 ‘외로움’을 꺼낸다. 틀에 박히지 않은 자신만의 말랑말랑한 생각, 한 CCO가 생각하는 창의성이다. 그는 “창의적이 될 수 있다는 말 자체는 이미 창의적이지 않은 생각을 전제하는 것 같다”며 “나는 거꾸로 ‘누구나 창의적이었는데’ 점차 잊어버린 창의성을 ‘회복’하는 개념이라고 이해한다”고 강조했다. “모든 인간에게 선물로 주어진 창의성이라는 씨앗이 누구의 눈치도 안 보고 팍팍 자라났으면 좋겠다”는 게 책을 쓴 계기다.
책은 자기계발서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에세이와 자서전을 오간다. ‘어떻게 해야 창의적이 된다’는 근엄한 가르침 대신 그간의 경험과 생각을 조곤조곤 들려준다. 가령 한 CCO가 회사 중역들에게 자기소개를 한 경험은 이렇다. 신발을 벗고 테이블 위로 올라가 손을 X자로 교차하며 외치길, “저는 디자인센터장을 맡은 활명수, 아니 한명수라고 합니다.” 한 CCO는 “나를 드러낸 대가로 나를 싫어하는 사람과 맞닥뜨려야 하는 동시에 나를 좋아하는 사람과 긴밀해지는 복을 누리게 됐다”고 말했다.
한 CCO는 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창의적 조직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카리스마 넘치는 최고경영자가 창의적 조직을 이끌 수 있다는 생각과 정반대다. “배달의민족에서는 누군가 당장 필요해 보이지 않은 걸 만들어 와도 뭐라 하지 않고 오히려 ‘재밌다. 나중에 써먹자’고 칭찬하는 분위기죠. 직원들의 창의력을 인정하니까 직원과 회사가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CCO는 ‘이직의 달인’이다. 디자인, IT회사 9곳을 주파했다. ‘실력이 있다’는 말이지만, ‘시행착오를 겪었다’는 얘기도 된다. 한 CCO는 “여러 회사를 거치며 ‘리더의 삶과 인격이 건강한 회사’가 좋은 회사라고 생각하게 됐다”며 “(회사의) 겉과 속이 모두 건강한지는 한참 같이 지내봐야 알 수 있어서 사람 보는 눈을 키우려 지금도 안경을 잘 고쳐 쓰고 있다”고 웃었다.
홍익대 시각디자인학과를 졸업했고 외국 학위는 없다. 한때는 유학파의 영어 사용에 콤플렉스를 느꼈다. ‘두근두근 쿵쿵’처럼 그가 조탁한 표현을 무시하는 이들도 있었다. 지금은 ‘말맛이 살아 있는’ 그의 언어가 ‘창의적’이라고 평가된다. 토종 원석을 갈고닦아 스스로 빛난 사람, 한명수 CCO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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