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문가 뒤센느와 효과 분석해 자동 광고 집행하는 서비스 개발
태양의 서커스 등 전 세계 360개사 이용
요즘 기업들의 최대 관심사는 비용 절감이다. 돈 버는 것도 좋지만 나가는 것만 줄여도 불경기 극복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연하게 비용을 줄이기란 쉽지 않다. 이를 인공지능(AI)이 도와주는 기술을 개발한 신생기업(스타트업)이 있다. 엄수원(36), 올리비에 뒤센느(38) 부부가 2017년 창업한 아드리엘이다.
두 사람은 지난해 AI가 기업의 디지털 마케팅 효과를 분석해 비용을 써야 할 곳과 쓰지 말아야 할 곳을 알려주는 소프트웨어 서비스 '아드리엘BI'를 개발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캐나다 공연단 '태양의 서커스'는 이를 활용해 효과를 톡톡히 본 뒤 최근 가격을 올려 재계약했다. 태양의 서커스뿐 아니라 전 세계 360개 기업이 같은 이유로 아드리엘의 고객사가 됐다.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사에서 부부를 만나 드라마틱한 창업기와 성공 비결을 들어 봤다.
AI 전문가 뒤센느와 맺은 인연
엄 대표는 서울과학고를 나와 서울대에서 화학과 경영학을 전공했다. 그는 대학 시절 미국 버클리 소재 캘리포니아대학(UC버클리)에 연수 갔다가 개발 및 최고제품책임자(CPO)를 맡고 있는 남편 뒤센느를 만났다. "UC버클리에 방문 연구원으로 머물던 남편과 같은 기숙사를 쓰면서 연애를 했죠."
뒤센느는 프랑스 명문대 ENS 파리를 나와 세계적 AI연구소인 프랑스 국립컴퓨터과학연구소(INRIA)의 장 퐁스 박사 밑에서 AI를 연구한 컴퓨터공학 박사다. 그는 AI 권위자 얀 르쿤 박사와 친분이 있을 정도로 AI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전문가다. 르쿤 박사는 AI 핵심 기술인 딥 러닝의 창시자로 컴퓨터 공학 분야의 노벨상으로 꼽히는 앨런 튜링상을 받았으며 메타 AI 연구소의 연구총괄을 맡고 있다.
뒤센느는 연수를 마치고 귀국한 엄 대표를 따라 카이스트에 유학 올 정도로 열정이 대단했다. " 카이스트 AI 연구소에서 1년간 연구했어요. 당시 발표한 AI 이미지 관련 논문이 세계적 AI 학회 CVRP(컴퓨터비전&패턴인식)의 최고 논문상을 받았죠."
3년간 만난 두 사람은 엄 대표가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결혼했다. 당시 엄 대표는 24세, 뒤센느는 26세였다. 졸업 후 두 사람은 나란히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다. "파리공립경영대학원에서 재무금융으로 석사 과정을 마쳤고, 남편은 박사 학위를 받았어요. 이후 남편은 카네기멜론대 AI연구소에서 박사후 연구과정을 거쳐 2013년부터 한국에 정착했죠."
세계 시장 겨냥한 두 번째 창업
학업을 마친 뒤 엄 대표는 미국 컨설팅업체 올리버 와이만 국내지사와 악사(AXA) 한국손해보험에서 2년간 일했다. 그때 경험이 첫 번째 창업으로 이어졌다. "손해보험사의 수많은 데이터를 활용하면 다양한 사업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인텔코리아 책임연구원으로 일하던 남편과 2014년 솔리드웨어를 창업했어요."
솔리드웨어는 보험사와 은행 등 금융고객들의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누가 부도를 낼 수 있는지 예측하는 일을 했다. "신한은행, KB캐피탈, 악사손해보험 등이 고객사여서 돈을 잘 벌었죠. 덕분에 2년 만에 옐로금융그룹이 인수했어요. 지금도 솔리드웨어는 아일리스로 이름을 바꿔 여전히 사업을 잘하고 있죠."
사업에 대한 갈증은 2017년 12월 아드리엘 창업으로 이어졌다. "첫 번째 회사를 너무 일찍 매각해서 좀 더 오래 하며 세계적 회사로 키울 수 있는 사업을 하고 싶었어요. 마침 솔리드웨어 시절 마케팅에 도움 될 만한 기술을 개발해 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아 마케팅 분야의 비효율을 AI로 풀어주기로 했죠."
사명은 기업의 동반자가 되고 싶어 사람 같은 이름을 지었다. "처음부터 세계 시장을 겨냥하고 이름을 지었죠. 구글에서 사명을 잘 지었다며 칭찬했어요."
새 나가는 비용 잡아주는 AI 마케팅 도구 출시
마케팅의 비효율을 없애기 위해 개발한 '아드리엘BI'의 핵심은 새 나가는 돈을 막아주는 것이다. 아드리엘BI는 기업의 광고 등 각종 마케팅 자료를 한군데 모아 분석하고 자동으로 통합관리해 주는 소프트웨어다.
예를 들어 네이버 카카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포털과 SNS, 각종 앱을 비롯해 여러 군데 광고를 하면 각각 해당 광고를 얼마나 봤는지 광고 효과를 일일이 접속해 확인해야 한다. 그런데 아드리엘BI는 포털, SNS, 앱 등 모든 계정을 연결해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한 화면에 보여준다. 그만큼 시간과 비용을 줄여 준다. "이전에는 마케팅 담당자가 각 매체별로 광고 효과를 파악해 보고서를 만드느라 4, 5시간 걸렸던 일을 5분 만에 해결할 수 있죠. 최대 600개 매체를 통합해 보여줘요."
이를 통해 기업은 새 나가는 광고비를 줄일 수 있다. "포털, SNS, 앱 등 각 매체별 광고 효과를 알아야 효과 없는 광고비를 줄일 수 있어요. 아드리엘BI는 광고 효과를 한 화면에 보여줘 효과 낮은 마케팅 광고를 바로 중단할 수 있어요. 요즘 같은 불경기에 각광받는 이유죠."
뿐만 아니라 AI가 특정 단어가 들어간 광고를 찾아내 효과를 분석해 준다. "모 고객사가 아드리엘BI를 사용하면서 추석이 지났는데 계속 추석 단어가 들어간 광고가 돌아가는 것을 발견해 중단했어요. 덕분에 몇 백만 원 벌었다는 말을 듣고 뿌듯했죠."
아드리엘BI는 사용 기간에 따라 돈을 내는 구독제 서비스다. "월 또는 연간 단위로 비용을 내요. 마케팅 매체가 늘어나면 요금도 올라가죠. 월 9만 원부터 연 1억 원 이상까지 다양해요."
얼핏 들으면 간단해 보이는데 왜 기존에 비슷한 서비스가 없을까. 또 돈 많은 기업이라면 개발자를 대거 투입해 쉽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이런 서비스를 개발하려면 마케팅을 이해하는 개발자가 많이 필요해요. 그런데 그런 개발자가 거의 없어요. 대기업과 대형 게임회사 등 돈 많은 곳들이 개발자를 대거 투입해 비슷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다가 모두 실패했어요. 문제는 이들이 보유한 개발자들은 게임과 소프트웨어 개발에 특화돼 마케팅 특성을 몰랐어요."
자동으로 광고 만들어 주는 생성형AI 서비스도 개발
여기 그치지 않고 AI가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알아서 조절해 주는 '애드옵티마이저' 서비스도 하반기에 선보인다. 뒤센느가 개발한 애드옵티마이저는 AI가 데이터를 분석해 자동으로 광고효과가 떨어지는 매체의 광고 집행을 줄이고 효과가 좋은 곳을 늘려준다. "1년 넘게 개발했어요. 아직까지 전 세계에서 경쟁할 만한 서비스가 없죠."
이와 함께 '챗GPT' 같은 생성형AI가 자동으로 광고를 만들어 주는 '애드젠' 소프트웨어도 개발했다. "AI가 광고 문구와 이미지 등을 자동으로 만들어 주죠. 개발이 끝나 시험 중이며 하반기 선보일 예정입니다."
엄 대표는 아드리엘BI와 애드옵티마이저, 애드젠, 다양한 채널에 광고를 자동으로 내보내는 '애드런치' 등 4가지 서비스를 하나로 묶어 디지털 마케팅을 완전 자동화하는 AI 마케팅 생태계 '애드옵스'를 구축할 계획이다. "마케팅에 필요한 광고 제작부터 집행, 결과 분석까지 애드옵스에서 모두 해결되죠."
아직까지 AI 마케팅 생태계를 갖춘 서비스는 해외에도 없다. 구글과 메타는 이런 서비스를 만들 수 없다. "개발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만약 경쟁사에 광고하는 것이 효과가 더 좋다는 분석 결과가 나오면 솔직하게 보여줄 수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구글, 메타 등은 이런 서비스를 내놓지 못해요. 반면 아드리엘은 중립적 위치에서 객관적 분석 자료를 보여줄 수 있죠."
관련해서 뒤센느는 5개의 AI 알고리즘 특허를 출원했다. "AI의 자동 기계학습 특허부터 얼굴의 특징과 표정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얼굴인식 특허까지 갖고 있어요."
해외 시장 겨냥해 미국 법인 설립
엄 대표는 해외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미국 오스틴에 현지 법인을 최근 설립했다. "본격적으로 아드리엘BI를 알려 해외 고객을 늘리기 위해서죠."
현재 애드런치, 아드리엘BI 등 아드리엘의 디지털 마케팅 솔루션을 이용하는 기업은 약 360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태양의 서커스, LG전자, 기흥그룹, H&M 산하 아르켓, 와디즈, AMD, 한국관광공사 등 국내외 200개 기업이 아드리엘BI를 사용해요."
두 가지 솔루션으로 아드리엘은 지난해 1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아드리엘BI 매출은 전년보다 8배 뛰었어요.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성장이 목표죠. 연말에 월 손익 분기점을 맞출 생각입니다."
투자는 누적으로 207억 원을 받았다. 한국투자파트너스, 신한벤처투자, LB인베스트먼트, 삼성벤처투자, KT인베스트먼트 등이 투자에 참여했다.
직원은 현재 68명이며 이 가운데 개발자가 20여 명이다. 개발은 뒤센느가 총괄한다. "프랑스, 노르웨이, 폴란드 등 다양한 국적의 개발자들이 섞여 있어요."
엄 대표는 부부 경영의 장점을 안정감으로 꼽았다. "공동 창업자끼리 싸워서 망하는 회사를 꽤 많이 봤어요. 반면 부부는 서로에게 신뢰가 깊어 회사에 대한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이야기할 수 있어 안정적이죠."
반면 단점은 집에서도 일 얘기를 하는 것이다. "집에서 불어로 대화를 주로 하는데, 일 얘기를 많이 해요. 일이 늘어나는 느낌이죠."
뒤센느는 AI가 세상을 바꿀 것으로 본다. 다만 완벽한 AI는 없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세상에 완벽한 AI는 없어요. AI는 너무 복잡해 사람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실수를 할 수 있어요. 이 같은 AI의 한계를 극복하려면 아주 오래 걸릴 겁니다. 이를 해결하려면 AI가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함께 가면서 부가가치를 만들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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