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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해 줘"… 화장실에 5시간 갇힌 남성, 인공지능이 구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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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해 줘"… 화장실에 5시간 갇힌 남성, 인공지능이 구조했다

입력
2023.04.12 10:40
수정
2023.04.12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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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장한 30대, 반지하 원룸 화장실서 5시간 갇혀
"전화해 줘" 고함, 문밖 6m 떨어진 스마트폰 인공지능(AI) 인식
부모 통화 연결... 경찰 출동해 '탈출'

A씨가 갇혔던 화장실. 연합뉴스

A씨가 갇혔던 화장실. 연합뉴스

화장실에 갇힌 남성이 문밖 6m 거리에 놓여 있던 휴대폰 인공지능(AI)의 도움을 받아 탈출한 사연이 알려졌다.

1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 중심가 반지하 원룸에 사는 A씨는 지난 5일 오후 7시쯤 일과를 마치고 씻기 위해 화장실로 들어갔다가 갑자기 문이 잠기는 바람에 꼼짝없이 갇히고 말았다.

창문도 없는 1㎡ 남짓한 화장실이었지만, 출입문은 워낙 튼튼해 키 170㎝, 몸무게 102㎏의 건장한 체구인 A씨가 발로 차고 몸으로 밀어도 열 수 없었다. 세면대 옆의 얇은 쇠 파이프를 떼어내 문짝 손잡이 옆을 3시간 이상 긁어대며 구멍을 내려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고, 힘들게 천장을 뚫어도 소용없었다고 한다.

"살려 달라"는 괴성을 지르며 5시간 가까이 발버둥 치다 체력이 고갈돼 자포자기 상태에 이르렀을 즈음, 방 안 책상 위에 놓아두었던 휴대폰 음성인식 인공지능(AI) 기능이 떠올랐다. 같은 날 오후 11시 42분 처음 휴대폰 AI를 향해 말을 걸었으나 응답이 없다가 3분 뒤부터 AI가 A씨 목소리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하이 빅스비, 긴급전화"를 외쳤지만, 인식을 못 하는 듯해 전남 목포에 거주 중인 아버지와 어머니 전화번호를 불러 주었더니 차례로 연결해 주었다고 한다. 한밤중 아들 전화를 받고 잠을 깬 A씨 부모는 아들이 전화기로 특별한 말을 하지 않은 채 "119"만 계속 외쳐대자 뭔가 잘못된 듯해 경찰과 119구급대에 신고했다.

A씨가 탈출하려고 구멍을 뚫은 화장실 천장. 연합뉴스

A씨가 탈출하려고 구멍을 뚫은 화장실 천장. 연합뉴스

이후 A씨 휴대전화 통화 신호로 위치추적을 하려던 경찰과 소방에 다행히 강원도 횡성에 거주하던 A씨 여동생이 6일 오전 0시 5분 A씨 주소를 알려줬다. 결국 경찰은 12분 뒤인 오전 0시 17분 A씨 집으로 찾아가 그를 구조했다. AI에 도움을 요청한 지 30여 분 만이다.

A씨는 "휴대폰 AI가 없었다면 경찰과 소방서도 연락이 안 되고 아마 지금까지 갇혀 있었을 것"이라며 "6일 있었던 자격증 시험에도 간신히 참석했다"고 말했다. 또 "천장에 통로를 만들기 위해 오랜 시간 팔을 위로 치켜드느라 탈출 이후에도 5일 동안 팔을 못 움직였다"며 "화장실 문짝과 천장 등 부서진 집기는 집주인이 전부 수리해 주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다행이다", "화장실에 휴대폰 꼭 들고 다녀야겠네", "화장실 문이 어떻게 잠긴 건지 이해가 안 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저도 이런 경험 있었는데, 창문 넘어 슈퍼 사장님이 도와주셨다. 이후 항상 화장실에 드라이버를 비치해 둔다"며 공감했다.

박민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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