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삭제 심의 요건 강화한다지만
교육계 "불복 늘어날 수밖에 없다"
피해자가 가해자로 맞신고되는 상황서
"모두 가해자로 낙인찍힐 수 있다"
교육부가 12일 '전학조치 생활기록부 4년 기재' 등 학교폭력의 대입 반영을 강화하는 종합대책을 내놨지만, 교육계에선 실효성과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학폭이 대입과 직결되면서 가해자의 불복 소송이나 피해자를 상대로 한 '학폭 맞신고'가 더 많아질 수 있고, 저연령화하는 학교폭력 추세에도 민감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교육 전문가들은 학폭 가해자 처분 기록의 생활기록부 기재 기간 연장과 대입 정시전형 반영은 가해자 측 불복소송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최우성 학교폭력예방연구소장은 "조치사항 기록이 4년간 보존되고 대입 정시모집에도 반영한다고 하니, 공부를 잘하는데 학폭으로 조치받은 아이들은 불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가해학생 측의 맞신고도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가해학생의 교육청 대상 행정심판 청구는 2020년 478건에서 지난해 868건으로, 가해학생의 행정소송 청구는 같은 기간 109건에서 265건으로 각각 늘었다.
사회봉사(4호), 특별교육(5호), 출석정지(6호), 학급교체(7호) 조치는 각각 졸업 후 2년(4,5호)과 4년(6,7호) 생활기록부에 보존되는 게 원칙이지만, 졸업 직전 심의를 통해 예외적으로 삭제가 가능하다. 교육부는 삭제 심의 요건에 '가해·피해 학생 간 소송진행 상황'과 '피해학생 동의 확인서'를 반드시 확인하게 해서 소송 남발을 예방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삭제 심의 역시 대입 이후에 진행되는 과정이라 대입 불이익을 피하기 위한 가해자 측 소송을 막기에는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이경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지원청 차원의 소송 대비팀을 만드는 등 정부도 나름의 해법을 제시했지만, 소송이 늘어나는 건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적지 않은 학교폭력이 '맞신고'로 이어지고, 먼저 신고한 학생이 피해자이자 가해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 여기서 처벌이 강력해질수록 관계 회복은 더 어려워지고 억울한 피해자가 생길 거란 우려도 나온다. 박옥식 한국청소년폭력연구소장은 "악질적으로 계속 괴롭힌 아이들이면 당연히 징계하고 4년간 기록을 보존해야겠지만, 현실은 괴롭힘을 당하던 학생이 괴롭힌 학생을 때려서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며 "피해자를 회복시킬 정도로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반성이 이뤄졌다면 사면해 주는 탄력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모두가 가해자로 낙인찍히는 걸 막을 수 있다"고 했다.
대책 방향이 '대입 반영 강화'에 맞춰지면서 정작 저연령화하는 학교폭력 문제는 초점에서 멀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은 전체 1.7%였는데, 초등학생의 경우 피해응답률이 3.8%로 중학생, 고등학생보다 높았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최근 학폭 양상은 저연령화와 언어폭력 증가가 두드러지는데, 입시 위주로 대책이 나와 종합대책이라 부르기에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학교 현장에선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한 정책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의 즉시 분리기간이 3일에서 7일 이내로 늘어났지만, 교원단체에선 회의적 시선을 보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실제는 가해, 피해학생을 즉시 가려내기 어려운 사안이 많고, 분리조치 후 가해, 피해학생이 바뀌는 문제로 학교가 소송에 휘말리는 문제가 있다"며 "즉시 분리를 무리하게 의무화하지 않는 등 학교와 지역 여건을 고려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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