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그제 대구 팔공산 동화사로 사면 후 첫 공개 외출에 나섰다. 그간 달성군 자택에서 건강회복에 집중했지만 곧 전통시장 방문 등 보폭을 넓혀 갈 것으로 예고됐다. 다음 주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도 만날 것으로 보인다. 공교롭게 총선을 1년 앞둔 시점에 박 전 대통령이 오랜 칩거를 끝내면서, 대구·경북(TK) 보수텃밭에서 구심점으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여당에선 그가 보폭을 넓히는 것에 부담스러워하는 시선이 없지 않다. 중도확장에 걸림돌이 되거나 존재감이 약한 당의 입지와 대비되는 부작용 때문이다.
여기에다 전광훈 목사를 둘러싼 잡음은 확산 중이다. 국민의힘과 전 목사 간 갈등은 김재원 최고위원이 전 목사에게 “5·18 정신 헌법전문 수록 반대”를 약속하고 “전 목사가 우파를 천하통일했다”고 말하면서 불붙었다. “정치인은 내 통제를 받아야 한다”며 전 목사가 연일 돌출발언을 이어가자 이번엔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이 “기독교인들이 구국의 일선에 나서는 게 정당하다”고 옹호했다. 반면 윤희숙 전 의원은 김 대표를 향해 “지도부가 엄정하게 막아야 한다”며 “‘김 최고위원이 왜 저기 가서 아부하지’라는 느낌을 줬다”고 비판했다. ‘전광훈 리스크’를 두고 내홍이 벌어진 셈이다.
대통령 지지도가 TK와 20대에서마저 무너지는 와중에 집권당에서 벌어지는 풍경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전 목사와 단호하게 선을 긋지 않는 한 중도층 민심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은 노동·교육·연금 개혁 같은 중대한 국정과제를 주도적으로 수행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지금 '장외 파워'에 흔들리며 빈사상태나 다름없다. 천금 같은 시간을 이대로 허비할 건가. 당 지도부는 윤리위원장이 새로 내정된 만큼 잇단 설화를 일으킨 뒤 ‘셀프 자숙’ 중인 김 최고위원을 징계하고 기강을 다잡기 바란다. 영남과 보수 둥지에 안주하고 극우층과 손절하지 못하면 미래는 절망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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