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발 3㎝·6㎝에서 전부 마약 4종 검출
최소 6개월 안에 수 차례 투약한 근거
'코카인 투약시점' 미특정... 처벌 난항
유씨도 조사에서 코카인 투약은 부인
경찰이 배우 유아인(37ㆍ본명 엄홍식)이 마약류를 ‘상습 투약’ 한 정황을 포착했다. 프로포폴, 케타민 외에도 대마와 코카인 등 마약이 1회성 투약이 아닐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다만 경찰은 정확한 투약 시점 및 방법을 특정하지 못해 처벌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12일 한국일보 취재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감정 당시 유씨 모발 0~3㎝, 3~6㎝ 부분에서 4종의 마약류가 검출됐다. 각기 다른 감정 단위에서 모두 양성 반응을 보인 건 상습 투약의 유력한 근거다.
수사기관은 모근으로부터 3㎝ 단위로 모발을 잘라 투약 기간을 판정한다. 머리카락이 한 달에 약 1㎝ 자라는 걸 고려해 0~3㎝에서 검출되면 3개월 이내, 3~6㎝에서 검출되면 3~6개월 사이 마약을 투약했다고 추정하고 있다. 1㎝ 단위로 자를 경우 투약 시점을 더 정교하게 가늠할 수 있지만, 약물 농도가 낮아져 정확도가 떨어지는 탓에 분석 지표로 잘 활용하지 않는다.
또 마약은 통상 여러 번 투약해야 모발에서 검출된다. 복용 약물이 모세혈관을 통해 모근에 흡수되고 모발이 자라면서 남게 되는데, 투약 횟수 및 양에 따라 검출량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한 독성학 전문가는 “1, 2회 투약으론 모발 검출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경찰 수사 내용과 기법을 종합하면 유씨가 적어도 6개월 안에, 마약류 4종을 상습 투약했다는 결론에 이른다.
문제는 혐의 입증이 여간 까다롭지 않다는 점이다. 마약류는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투약했는지 상세하게 범죄 사실을 구성해야 한다. 그러나 은밀하고 소규모로 이뤄지는 마약 범죄 특성 상 구성 요건을 채우기가 쉽지 않다.
특히 유씨는 ‘코카인 투약 시점’이 걸림돌인 것으로 확인됐다. 소변에서도 성분이 나온 대마는 채취일로부터 역산해 시점(7~10일)을 산출하는 게 가능하지만, 모발에서만 검출된 코카인은 수 개월 단위로 추정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코카인은 해외에서 투약한 것으로 보여 경찰은 추가 증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이 마약 투약 공범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의료용 마약류인 졸피뎀 남용 혐의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도 가급적 많은 물증을 찾아내려는 목적이다.
유씨 역시 대마 투약 혐의는 일부 인정하되, 형량이 센 코카인 투약은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프로포폴과 케타민 남용은 “의료 목적”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유씨는 지난달 27일 첫 소환조사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모든 질타와 법의 심판을 달게 받겠다”고 적었다. 혐의를 인정하는 듯한 뉘앙스지만, 실제론 혐의별로 입건 여부를 세세하게 따져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도 최근 간담회에서 “언론에 얘기할 때와 조사할 때 입장은 좀 다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경찰은 이르면 다음주 유씨를 한 차례 더 부른 뒤 구속영장 신청 등 신병처리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유씨 소속사인 UAA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경찰 조사 내용과 관련 없는 심각한 수준의 가짜뉴스와 무분별한 카더라식 보도에는 법적 조치를 포함해 적극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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