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인간 사용 설명서는 없나요?”
어린 딸이 이렇게 물었을 때 엄마의 가슴은 쓰라렸다. 엄마는 그런 설명서는 없다고 답했지만 아이의 생각은 달랐다. ‘누군가를 위로하는 법, 다른 사람과 함께 울고 웃는 법'을 가르쳐 줄 책이 없다니... 아이는 결심했다. ‘나처럼 인간을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에게 인간을 설명하는 안내서’를 쓰겠다고. 그 결과물이 2020년 세상에 나왔다. 8세에 자폐스펙트럼장애를, 26세에 주의력결핍과다행동장애(ADHD)를 진단받았던 카밀라 팡은 ‘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을 그 안내서로 내놨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뒤 생물정보학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팡은 책에서 개인적 경험과 과학적 지식을 더해 인간의 심리와 상호작용을 설명한다. ‘완벽함에 집착하지 않는 법’ ,‘두려움 다루는 법’ 같은 주제들을 생물화학에서 양자물리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과학지식을 동원해 설득력 있게 풀어간다. 환자로서 개인체험이 더해진 것이 이해를 돕는다. 예컨대 파동들이 만나 진폭을 키우거나 상쇄하는 원리를 설명하면서 ADHD 환자의 감정 변화를 설명하는 식이다.
저자는 자신의 다양한 특징을 ‘비정상’이나 ‘장애’가 아니라 뇌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신경다양성’의 한 측면이라고 강조한다. 책은 ‘나는 뭔가 남과 달라서’, 혹은 ‘남과 어울리지 못해서’라며 마음을 졸이는 사람들에게 과학이 건네는 위로다. 인간 관계에서 다양한 어려움을 겪고도 결국 과학자로 성장하고, 타인과 소통하며 살아가는 작가의 결론은 이렇다.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의 다름을 악마 취급하지 마라.” 영국왕립학회가 수여하는 2020년 최고의 과학책 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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