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국가대표훈련센터' '스포츠관광단지' 유치하면서 '돈사' 허가
주민 "돈사가 있더라도 없애야 할 판에 신규 허가... 이해 불가"
경북 예천군이 대규모 체육시설 유치 예정 부지와 농로 경계 농지에 돈사 신축을 허가하고 증축 설계변경까지 내줄 방침이어서 주민들이 항의하고 있다.
14일 예천군에 따르면 A영농법인은 지난달 15일 개포면 이사리 일원 4,433㎡ 터에 연면적 2,770㎡로 허가받은 돈사를 27% 증가된 3,544㎡ 3층으로 증축하는 설계변경 신청을 했다. 이 돈사는 3년 전 허가를 받았지만 그 동안 공터로 있었다. 이번에는 당초 허가받은 재래식 돈사를 아파트형 돈사로 변경하고, 사육 규모도 2,000여 두에서 3,000여 두로 늘리기 위한 설계변경이다.
주민들은 "예천군이 돈사 신축지 주변에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와 '사계절 스포츠 관광단지'를 추진하면서 악취나는 돈사를 허가하려는 모순 행정을 벌이고 있다"고 항의했다. 아울러 "돈사 예정지와 스포츠단지 예정지는 2~3m 넓이의 농로와 경계를 이루고 있고, 개발될 경우 진입로로 겹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애초 예천군이 돈사 허가를 내 준 2019년 2월은 대한민국축구종합센터 예천 유치를 위한 군민 서명운동과 결의대회 등 일정과 겹친다. 예천군은 2018년 12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경기 파주에서 이전하려는 축구국가대표훈련센터를 이 일대에 유치하기로 하고 유치위원회 구성, 군민 서명운동 등에 나선 바 있다. 축구종합센터를 유치한다면서 예정후보지 진입로 경계지점에 돈사허가를 내 준 것이다.
이어 2021년 9월에는 같은 터에 3,000억 원 투자규모의 사계절 스포츠관광단지 민간투자유치에 성공했다며 사업설명회를 열었다. 이 사업은 지난 2월 사업자의 투자의지 부족에 따라 유치협약이 파기됐다. 군은 다른 업체를 유치해서라도 스포츠관광단지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돈사 허가 부지 인근에 사는 개포면 이사리, 경진리 주민 280여 명 대부분은 돈사 건립을 반대하고 있어 예천군의 결정에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3일에는 두 마을 주민 70여 명이 김학동 예천군수를 찾아가 항의성 면담을 갖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도 뚜렷한 해결방안을 찾지 못했다.
신동준 이사리 이장과 이연구 경진리 이장은 "김학동 군수가 추진하는 스포츠관광단지를 만들려면 돈사가 있었더라도 보상을 해주고 없애야할텐데 도리어 냄새나는 돈사를 주민들 동의도 받지 않고 허가해 준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다"고 비난했다.
예천군 관계자는 "돈사 증축 설계변경 신청에 따라 환경 축산 건축 등 관련 법적 규정을 살펴보고 있다"며 "주민들의 뜻은 이해하지만 돈사 허가를 내주지 않을 뚜렷한 근거를 찾지 못해 난감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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