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못한 중국 리오프닝
고금리 등 가계소비 여력 부진
세수 부족에 경기 방어 어려워
계속되는 수출 부진에다 세수 펑크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하반기 한국 경제의 반등 불씨가 약해지고 있다. 반전 물꼬를 터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리오프닝)마저 ‘찻잔 속 태풍’에 그친 탓에 한국 경제 부진이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예상한 ‘상저하고(상반기 저조했다가 하반기에 회복)'보단 ‘상저하저’로 경기가 흘러갈 수 있다는 잿빛 전망이 제기되는 이유다.
1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12일(현지시간) 국제신용평가사 피치와의 면담에서 “한국 경기가 하반기로 갈수록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용·물가 등 주요 거시경제 지표가 안정적이고, 최근 국제 금융시장 불안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외환·금융시장은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상저하고 전망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예상보다 못한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는 경기 회복 기대를 꺾는 부분이다. 당장 이날 대한상공회의소가 440개 수출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만 봐도 절반 이상(54.4%)이 리오프닝이 경영실적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앞서 지난달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주요 기관 중 가장 낮은 1.5%로 제시하면서 “중국 리오프닝이 향후 성장률의 상방 요인”이라고 평했다. 반대로 말하면 미미한 리오프닝 효과가 경제 성장을 끌어내릴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 정부는 리오프닝에도 소비가 살아나지 못하자 인프라 투자 규모를 지난해보다 17% 늘리며 경기 부양에 나서기로 한 상태다.
물가상승률(4.2%·3월)이 낮아지고 있지만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2%)를 크게 웃도는 데다,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하강으로 가계의 소비 여력 회복이 쉽지 않다는 점도 경기 반등 신호를 약하게 하는 요인이다.
수출·내수 모두 뒷걸음질 친 탓에 암울한 경기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바클레이즈·씨티·골드만삭스·JP모건 등 투자은행(IB) 8곳은 올해 한국이 1.1%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재부 전망(1.6%)을 크게 밑돈다. 국회 예산정책처도 최근 2023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5%(기존 2.1%)로 낮췄다. 특히 상반기 성장률을 1.2%로 예측하면서 하반기엔 1.8%를 제시했다. 한국은행(2.0%)과 한국개발연구원(KDI·2.4%) 등 주요 경제기관이 하반기 2%대 성장률을 내다본 가운데, 처음으로 상저하저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쪼그라든 ‘실탄’은 적극 대응마저 어렵게 한다. 고물가 우려에 적극적인 부양책 마련이 어렵고, 경기 진작에 나서기로 결정한다고 해도 국세 수입이 줄어든 탓에 경기 방어 여력이 녹록지 않다. 1~2월 국세수입(54조2,000억 원)은 1년 전보다 15조7,000억 원 줄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반도체 수출 경기 등이 점차 좋아질 것으로 보고 있어 올해 경기 흐름은 상저하고 또는 '상저하중' 정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제유가가 다시 상승하고 향후 반도체 가격이 얼마나 회복될지도 불확실하다”며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세계 경제성장률 하향 폭(0.1%포인트)의 두 배 낮춘 것도 이런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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