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포함 100명 이상 숨진 '참사'
의장국 인도네시아만 뒤늦게 성명
태국은 되레 운동가 강제송환 나서
미얀마 군사정부가 1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낳은 ‘깐발루 타운십 공격’이 정부군 소행임을 인정하면서도 인명피해의 책임은 회피했다. 국제사회에선 자국민을 노린 무차별 공습에 규탄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동남아시아 이웃 나라들은 뒤늦은 성명을 내거나 침묵을 지키는 등 미온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13일 AFP통신과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미얀마 군부 정권은 이날 “반군 세력이 조직한 모임에 치명적 공격을 가했고, 이 과정에서 ‘테러리스트’를 도운 민간인들도 숨졌다”고 밝혔다. 이어 “반군이 숨겨 둔 폭발물로 인한 2차 폭발 때문에 사망자가 더 늘어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11일 정부군이 미얀마 북서부 사가잉 지역의 깐발루 타운십의 한 회관에 폭탄을 떨어뜨리고 헬기로 공중 발포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대규모 인명피해의 책임은 반군에 돌린 것이다.
당시 회관에선 국민통합정부(NUG) 사무실 개소식이 열리고 있었다. NUG는 2021년 2월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강탈한 군사 정권에 맞서기 위해 민주 진영이 꾸린 임시정부로, 결국 정부군으로선 이 행사에 모여든 시민 모두를 ‘반정부 인사’로 보고 무자비한 공격을 감행한 셈이다. 그러나 희생자 중에는 행사장에서 제공되는 음식을 받으려 했던 여성과 어린이, 노인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을 일대가 완전히 쑥대밭이 되고 시신도 크게 훼손된 탓에 정확한 사상자 수는 집계되지 않았다. 수습된 시신만 최소 50구에 달하는 가운데, 미국 뉴욕타임스는 현장 구조대원을 인용해 “100명 이상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미얀마 현지 매체들은 110명 안팎이 숨졌다고 전했다. CNN은 “최소 133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NUG 관계자의 전언을 인용하면서 “2년 전 군부가 쿠데타로 집권한 이후 가장 치명적인 공격 중 하나였다”고 보도했다.
미얀마 군부의 잔혹함에 국제사회는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버마(미얀마의 옛 이름) 쿠데타 정권의 인간 생명 경시를 보여 준다”며 “끔찍한 폭력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유럽연합(EU)과 회원국들도 “무고한 민간인 목숨을 앗아간 잔학 행위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비판했다. 유엔 등 국제기구들도 한목소리로 미얀마 정부를 규탄했다.
반면 미얀마의 이웃인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의 대응은 소극적이다. 올해 아세안 의장국인 인도네시아는 13일 오후에야 “모든 형태의 폭력, 특히 민간인에 대한 무력 사용은 즉시 중단돼야 한다”는 성명을 냈다. 역내 사건인데도 원론적 수준에 그친 ‘늦깎이 대응’만 한 것이다.
게다가 모든 회원국 합의가 필요 없는 의장국 성명에 그쳐 무게감도 떨어졌다. 미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인도네시아 지부의 리나 알렉산드라 국제관계국장은 “인도네시아가 아세안 의장국으로서 이번 일에 즉시 성명을 내지 못한 건 불행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미얀마와 국경을 맞댄 태국과 라오스, 인근 국가인 캄보디아와 베트남 등은 아예 침묵하고 있다. 심지어 태국은 군부 블랙리스트에 올라 피신해 온 미얀마 시민운동가 3명을 체포해 강제송환하기도 했다. 미얀마 군부의 반인권적 행태에 힘을 보태는 모습도 보이고 있는 셈이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일레인 피어슨 아시아 국장은 “태국 정부는 미얀마 정권과 결탁하고, 생명과 자유를 위협받는 이들을 불법 송환했다”며 “고문방지협약상 강제송환금지 원칙 등 국제법을 무시한 행위”라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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