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프리즘] 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서울K내과 원장)
몸에 이상을 느껴 병원에 가면 의사 진찰을 받은 뒤 혈액ㆍ소변검사에 X선 촬영, 초음파검사 등을 받는다. 그런데 검사 결과에서 ‘깨끗하다’는 판정이 나올 때가 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다. 첫째, 환자가 통증이나 불편을 느꼈지만 치료해야 할 정도의 원인이 없는 것이다. 특별한 원인이 없어도 일시적인 통증이나 불편함이 나타날 수 있다. 스트레스가 원인인 심인성(心因性) 질환에서는 원인이 줄어들거나 사라지면 통증이나 불편도 자연스럽게 없어진다.
둘째, 의사가 이상 원인을 찾아내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100% 정확한 진단은 쉽지 않으며, 진단 정확도를 높이는 일은 의사들의 영원한 숙제다. 아무튼 진단 결과가 깨끗하다고 나오면 몸에 큰 이상은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몸에 이상을 느껴 시간과 비용을 들여 진료를 받았는데 이상이 없다는 결과가 나오면 ‘왠지 손해 본 것 같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검사 결과, 작은 이상이라도 발견되면 오히려 ‘병원 찾기를 잘했구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해주는 게 최선일까. 의사들은 고민에 빠진다. 의사들의 모임에서 한 참석자가 묘안(?)을 제시했던 것이 기억이 난다.
그는 검사 결과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은 환자에게 “큰 이상은 없지만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의심되네요. 체중을 줄이시는 게 좋겠습니다”라고 말해준다고 했다. 그래야 덜 섭섭하다는 것이었다.
간세포의 지방 비율이 5%를 넘는 것을 지방간이라고 한다. 지방간은 과거에는 대부분 술 때문에 생긴 ‘알코올성 지방간’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술을 마시지 않는데도 생기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 치료받은 사람은 40만5,000여 명으로 5년 전보다 43.4% 증가했다. 비만 증가가 주원인이다. 과체중이나 비만인 사람의 간을 초음파검사를 시행하면 지방간이 확인될 때가 상당히 많다.
반면 ‘알코올성 간 질환’은 줄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알코올성 간 질환은 10만6,000여 명으로 5년 전보다 15.8% 줄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일부가 지방간염을 거쳐 간경변으로 악화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큰 문제를 일으키진 않는다.
하지만 비알코올성 지방간만 있고 다른 이상은 없는 사람도 고혈압ㆍ당뇨병ㆍ만성콩팥병 등 만성질환에 노출될 확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알코올성 지방간은 주로 성인 남성들의 문제였다면,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여성들이나 청소년들에게도 두루 나타난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앞의 자료에 따르면 알코올성 지방간은 여성 환자가 16.1%로 적었지만,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여성이 44.7%나 됐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병원에서 검사 결과에서 이상이 없는 환자 불만을 줄여주기 위해 말해줄 정도로 아직은 ‘병 같지 않은 병’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비알코올성 지방간과 대사증후군의 연관성을 다룬 연구들이 이뤄지고 있어 질환으로서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질 수 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 진단받았다면 흘려듣지 말고 체중 조절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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