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 기밀문건 유출 사태 용의자인 20대 미군 일병이 13일(현지시간) 붙잡혔다. 미 국방장관과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기밀문건 유출과 감청을 사실상 인정했다. 외신들은 이를 근거로 우크라이나 포탄 지원을 둘러싼 우리 정부 상황을 집중 보도하고 있다. 우리가 도·감청 진위와 대응방식으로 논란하는 사이 문건 내용을 문제 삼고 있는 것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 서울특파원은 칼럼을 통해 “이번 문건 유출로 한국 외교 정책의 소심성이 드러났다”고 했다. 포탄 공개 지원을 주저하는 정부 태도가 국제사회에 알려진 한국 위상과 거리가 있다는 주장이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도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로 한국은 ‘소피의 선택’ 딜레마에 직면했다”며 같은 취지로 보도했다. ‘소피의 선택’은 유대인 여성이 두 자녀 중 한 명을 나치 학살 대상으로 선택한 후 겪는 마음의 고통을 담은 1982년 영화다. 서방언론 비판은 우리의 살상무기 지원 반대 원칙과 상반되는 것으로 동의할 수 없다. 하지만 이처럼 기밀문건 유출 파장은 우리 외교 정책과 국가 위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여전히 도·감청 의혹에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거나 "확정하지 않았다"는 당국자들의 말은 한가하다. 관련 의혹이 "터무니없다" “악의적 정황은 없다"던 입장에서 달라진 것이긴 하나 미국을 의식하고 배려한 발언일 수밖에 없다. 정작 미국 인사들은 국내 상황과 관련해 "동맹에 큰 누를 범한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고위 당국자는 전했다.
유출 문건에는 한국산 155㎜ 포탄 33만 발을 폴란드로 옮기기 위한 일정표와 동선도 담겨 있다. 이후 정부는 미국에 155㎜ 포탄 50만 발을 대여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정부는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분명한 것은 이런 대응 방식이 결국 서방 언론이 우리 외교를 소심하다고 조롱하는 한 이유라는 점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이번 사안의 원칙적 대응이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내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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