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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개월 아이 추락사 호텔 난간 폭 27.5㎝... 성인도 떨어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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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개월 아이 추락사 호텔 난간 폭 27.5㎝... 성인도 떨어질 수 있었다

입력
2023.04.1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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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간 폭 10㎝이하 개정 전 건축승인
건물주 뒤늦게 "난간 촘촘하게 보강"

생후 27개월 여아가 떨어져 숨진 대구 수성구 한 호텔의 비상계단의 난간 모습. 폭을 측정한 결과 27.5㎝로, 체격이 작은 성인 남성도 통과할 수 있을 정도다. 대구=류수현 기자

생후 27개월 여아가 떨어져 숨진 대구 수성구 한 호텔의 비상계단의 난간 모습. 폭을 측정한 결과 27.5㎝로, 체격이 작은 성인 남성도 통과할 수 있을 정도다. 대구=류수현 기자

생후 27개월 아이가 20여m 지하로 추락해 숨진 대구의 한 호텔 비상계단 난간 폭이 27.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법에선 건물 내부 난간 폭을 10㎝ 이하로 규정하고 있으나, 해당 호텔은 규정 변경 직전 건축 허가를 받아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호텔 측은 뒤늦게 "난간을 촘촘하게 보강하겠다"고 밝혔지만,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과실 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도 있다.

17일 추락 사고가 난 대구 수성구의 한 호텔을 찾아 확인한 결과, 비상계단 3층과 4층 사이 난간 폭은 27.5cm로, 체격이 작은 성인 한 명도 통과할 수 있는 폭이었다. 영유아 발달표에 따르면, 생후 27개월의 가슴 너비는 20㎝ 정도다. 난간 폭이 촘촘했다면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는 뜻이다. 실제 실내 건축의 구조·시공방법 등에 관한 기준 6조에 따르면 "실내 공간의 난간은 영유아 및 어린이가 짚고 올라갈 수 없는 구조로 하되 난간 사이 간격이 있는 경우 그 간격은 10cm 이하로 한다"로 돼있다.

하지만 전날 사고가 난 호텔은 관련 규정이 바뀌기 두 달 전인 2015년 8월 건축허가를 받아 이 규정을 적용받지 않았다. 대구 수성구 관계자는 “사고 이후 관련 규정을 살펴보니 난간 폭이 10㎝ 이하로 강화되기 두 달 전 건축허가를 받아 적용 대상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며 “해당 건물에서 난간 사이로 추락 사고가 일어난 건 처음이고, 관련 민원이 접수된 적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당 건물은 대형 주차장과 연결돼 있고, 호텔과 예식장에 대형 키즈카페까지 입점해 있다. 또 수성유원지 인근이라 평소 영유아를 둔 가족단위 방문객이 많아 전날과 같은 사고 발생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이 때문에 사고 위험이 있는 건물에 대해 안전기준을 소급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중진 대구안전생활실천 시민연합 대표는 "사고 위험이 있어 규정을 강화했으면 그 이전에 건축허가를 받은 건물도 소급 적용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호텔도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호텔 관계자는 이날 "내부적으로 사고 원인을 파악하고 있으나 난간을 더 촘촘하게 설치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비상계단에도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수성구도 뒤늦게 호텔 측에 난간 보강을 요청했다.

경찰은 숨진 아이 아버지가 한 손에 짐을 든 채로 계단 철문을 열기 위해 잠시 아이와 잡은 손을 놓은 직후 사고가 난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건물의 건축대장과 등기부등본 등 서류를 참고해 건물 용도 등을 살펴보고 있다"며 "호텔 측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에서 생후 27개월 여아가 호텔 건물의 지상 3층과 4층 사이 계단 난간 사이로 몸이 빠져 지하 1층으로 떨어져 숨진 가운데, 사고가 난 계단 가운데가 나선형으로 뻥 뚫려 있다. 'ㅁ'형태의 호텔 계단은 가로 180㎝ 세로 60㎝에 달했다. 대구=류수현 기자

대구에서 생후 27개월 여아가 호텔 건물의 지상 3층과 4층 사이 계단 난간 사이로 몸이 빠져 지하 1층으로 떨어져 숨진 가운데, 사고가 난 계단 가운데가 나선형으로 뻥 뚫려 있다. 'ㅁ'형태의 호텔 계단은 가로 180㎝ 세로 60㎝에 달했다. 대구=류수현 기자


대구= 류수현 기자
대구= 김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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