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영변 핵시설 외에 추가 비밀시설을 운영하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비밀 핵시설에서 원심분리기를 가동해 핵물질을 추출하고 있을 것이라는 의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공언한 ‘핵물질 증산’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17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 인터뷰에서 “북한이 원심분리기를 7,000대에서 최대 1만 대 가동하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중 3,000~4,000대는 영변 핵시설에 있고 나머지 4,000~6,000대는 비밀 장소에 있다”고 주장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북한에 영변 말고도 비밀 핵시설이 1, 2곳 더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을 거친 영변 핵시설 외에 평안남도 강선 등 다른 지역에서 추가 핵시설을 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영변 핵시설보다 플러스 알파(α)를 원했다”며 “(의제에) 나오지 않은 것 중에 우리가 발견한 게 있었다”고 북한을 압박하기도 했다. 이에 미국이 강선 비밀 우라늄 농축시설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에 올브라이트 소장은 국제사회의 이목이 강선 핵시설에 쏠리는 만큼, 북한이 원심분리기를 또 다른 비밀 핵시설로 옮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드러난 영변과 새로 거론된 강선으로 시선을 돌리고는 제3의 비밀 장소에서 핵물질 추출에 나섰다는 이야기다.
전례도 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북한은 2000년대 초반 6자회담 당시 핵 검증을 위해 파견된 미국과 한국, IAEA 사찰단으로부터 원심분리기 시설을 감추기 위해 영변 외부로 관련 프로그램을 옮기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다른 핵시설에서 우라늄 농축에 관여하고 있음을 인정하도록 만들지 않는 한 영변 핵시설 폐기만으로 비핵화 진전을 이루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추가 시설에서 원심분리기 가동을 늘리고 영변에서 시험용 경수로를 가동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모두 최근 김정은이 공언한 핵무기 개발을 위한 핵물질 증산 지시와 관련이 깊다는 평가다. 북한은 최근 전술핵탄두를 공개하는 등 핵무력 완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와 관련 올브라이트 소장은 “보수적 산정 방식으로 추산했을 때 북한이 핵무기 45기 정도는 충분히 확보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이야기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