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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지고 망치고 아이의 '나쁜 하루'…그래도 좋은 순간은 있어

입력
2023.04.21 04:3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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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 린 월리스(글)·염혜원(그림) '맙소사, 나의 나쁜 하루'

맙소사, 나의 나쁜 하루·첼시 린 월리스(글) 염혜원(그림) 지음·공경희 옮김·주니어RHK 발행·48쪽·1만8,000원

맙소사, 나의 나쁜 하루·첼시 린 월리스(글) 염혜원(그림) 지음·공경희 옮김·주니어RHK 발행·48쪽·1만8,000원

침대에서 일어나기 싫은 아침. 옷 입기도 귀찮고 유치원도 가기 싫다. 꾸역꾸역 유치원에 가는 길에 꽈당 넘어져 무릎까지 까졌다. 눈물이 왈칵 터진다. 유치원에서도 하는 일마다 엉망이다. 간식 시간에는 친구에게 새치기를 당하고, 물고기 그림 색칠은 다 망쳐버렸다. 이렇게 나쁜 하루라니.

아이에게 이토록 눈물이 찔끔 나는 날이 있을까. 그림책 '맙소사, 나의 나쁜 하루'는 짜증, 불만, 실망, 슬픔이 가득 찬 어린 주인공의 하루를 그렸다. 부정적 감정이 파도처럼 밀려오지만 결국 일상을 버텨 낸 주인공은 그날 밤 침대에 누워 "그래도 좋은 순간이 있네"라고 깨닫는다. 불운의 연속인 하루도 결국 끝이 난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행복감을 느끼고 즐거운 내일을 기대하면서 아이는 한 뼘 성장한다.

그림책 '맙소사, 나의 나쁜 하루'의 어린 주인공은 유치원으로 뛰어가다가 넘어져 눈물을 흘린다. 주니어RHK 제공

그림책 '맙소사, 나의 나쁜 하루'의 어린 주인공은 유치원으로 뛰어가다가 넘어져 눈물을 흘린다. 주니어RHK 제공

염혜원 작가의 그림은 주인공의 감정을 사랑스럽게 표현했다. 투덜대고 짜증도 부리고 화도 내지만 그 모든 표정이 귀엽기만 하다. "내일아, 빨리 와 주지 않을래?" 두 손을 꼭 모으고 기도하는 주인공의 모습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산뜻하고 화사한 색감은 책에 밝은 기운을 불어넣는다.

한 편의 시처럼 낭독하기에도 좋다. 원제는 '나쁜 하루에 부치는 시·Ode to a Bad Day'이다. 초등학교 교사 출신이자 시인이기도 한 미국 작가 첼시 린 월리스의 운율이 살아 있는 글을 우리말로 잘 옮겨냈다. 질퍽질퍽, 흐물흐물, 물컹물컹 같은 의성어와 의태어를 적절히 활용했다. 마지막 장에 수록된 무지개 아래 주인공이 밝은 표정으로 낭독하는 '나의 시에게 보내는 시'를 읽을 때는 또 한 편의 작품을 선물받은 느낌이다.

어린 주인공이 "내일아, 빨리 와 주지 않을래?"라고 말하는 장면이 무대 위 주인공처럼 귀엽게 그려졌다. 주니어RHK 제공

어린 주인공이 "내일아, 빨리 와 주지 않을래?"라고 말하는 장면이 무대 위 주인공처럼 귀엽게 그려졌다. 주니어RHK 제공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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