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때 대체 수단 길 넓히고, 터줘야”
“‘실시간신호제어시스템’ 도입도 적합"
서울시가 김포도시철도(김포골드라인) 혼잡 완화 대책으로 제시한 수륙양용버스 도입 계획을 철회하고 수상버스를 대안으로 내놨으나 이마저도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수상버스를 출·퇴근용으로 쓰기에는 접근성이 떨어지는 등 장애 요인이 많다는 것이다. 차라리 대중교통 운영체계를 효율화하는 게 더 현실적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서울시는 지난 14일 김포시가 제안한 김포~서울 간 수륙양용버스 도입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자 4일만에 철회했다. 서울시가 18일 대안으로 내놓은 것은 수상버스 도입 계획이었다. 수륙양용버스 한 대당 수용인원이 40여 명으로 대당 가격이 20~30억 원으로 높은 데 반해 수상버스는 한 번에 200명을 태울 수 있고 대당 가격도 20억 원 수준이라고 시는 밝혔다. 운행속도도 수상버스가 시속 50㎞로 수륙양용버스(15㎞)보다 빠르다고 한다.
하지만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수상버스 도입안에 대해서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박상혁(김포을) 더불어민주당 의원, 민주당 소속 정영혜 김포시의원 등은 △접근성 △환승 △안전성 등의 문제를 이유로 도입안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 ‘수상 택시’ 도입도 실패했는데…
전문가들은 수상버스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점 등으로 적절한 도시철도 대체 수단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수상버스를 타려면 강가로 가야 하는데, 환승 시간 등을 감안하면 속도가 아무리 빨라도 서울로 가는데 최소 30분 이상 걸린다는 것이다.
이규진 아주대 지속가능도시교통연구센터 교수는 “김포골드라인 혼잡 대응을 위해서는 교통수단의 신속성이 어느 정도 확보돼야 하는데 수상버스는 김포 도심지에서 선착장까지 접근성과 환승·환적시간 등을 고려할 때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과거 서울시가 수상택시를 도입한다고 했다가 가격, 속도 등 경쟁력이 떨어져 실패한 사례가 재연될 수 있다. 수상 교통수단은 (국내 남·북축에 비해 거리가 짧은) 동·서축 교통수단으로는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환경전문가 의견도 이와 유사했다. 재생에너지·환경 컨설팅기업인 '에코루션'의 최승철 소장은 “김포신도시에서 (수상버스를 탈 수 있는) 아라뱃길까지 가려면 어차피 육상버스를 이용해야되므로 도로 혼잡도를 크게 떨어뜨리기 어렵다”며 “수상버스를 도입하면 도로 위 차량을 줄여 미세먼지 등 환경오염을 줄인다는 의미가 있지만, 기존 수상버스는 벙커C유, 디젤유 등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를 그대로 도입하면 그 같은 의미도 사라진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수상버스 동력을 석유가 아닌 태양광이나 천연가스에서 얻는다거나, 한강보의 소수력 발전을 이용한다면 이 경우에는 탄소중립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버스 추가 투입 방안도 현재 출·퇴근 시간 도로 정체를 감안하면 기대효과가 크지 않다는 평가다. 차량 정체가 심해서 도시철도로 이용객이 몰리는 것인데, 버스를 늘리면 정체는 더 심해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등 환경오염도 더해지게 마련이다.
“교차로 많아, 버스 통행 우선권 줘야”
하지만 가변차로제를 도입하면 버스를 추가 투입하고도 교통 혼잡도를 낮출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김포~서울 도로는 양방향 과밀 편차가 심해 이를 도입하면 교통흐름의 개선 폭이 크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출근시간에 서울 방향 도로는 과밀한 반면 김포 방향 도로는 한산하니, 이 때 서울 방향 도로를 더 넓게 쓰게 하자는 얘기다.
여기에 ‘버스우선신호체계’ 를 도입하면 금상첨화라는 게 이규진 교수의 설명이다. 이는 교차로에서 버스에 통행 우선권을 주는 교통신호 제어방식이다. 중앙관제센터나 현장 제어로 운영할 수 있으며, 버스전용차로제 도입과 같은 신속성과 정시성을 기대할 수 있다. 버스전용차로제 도입에 필요한 큰 공사 없이도 출·퇴근 시간 도로 정체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1970년대 독일에서 시행된 이 시스템이 국내에 도입된 사례는 아직 없다.
실시간신호제어시스템도 교통 정체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는 실제 교통상황에 가장 적합한 신호주기를 자동으로 조절·운영하는 교통신호 제어체계다. 교차로 통과차량, 대기차량 등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교통량이 많은 구간에는 녹색신호 시간을 늘려 정체를 줄이고 차량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방식이다. 국내에서는 경기도 일부, 경북 경주시 등에 도입됐다.
이 교수는 “김포골드라인 이용객 과밀 문제는 김포에서 서울까지 지하철로 출·퇴근하기에 교통용량이 부족하다는 뜻이기 때문에 지하철 9호선 연장이 근본 해법이지만, 공사에 상당 시간이 걸린다”며 “ 가장 현실적인 대용량 교통수단인 버스로 이 같은 수요를 대체해야 하는데, 현재도 정체가 심한 도로에 버스를 추가하고도 신속성과 정시성을 확보하려면 가변차로제와 함께 ‘버스우선신호체계’나 ‘실시간신호제어시스템’을 도입하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