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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취업의 망가진 방아쇠

입력
2023.04.22 04:30
수정
2023.04.22 07:4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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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진
최연진IT전문기자
경기 용인시에 위치한 희망별숲 사무실. 희망별숲은 삼성전자에서 발달장애인을 채용하기 위해 만든 장애인 표준사업장이다. 최연진 기자

경기 용인시에 위치한 희망별숲 사무실. 희망별숲은 삼성전자에서 발달장애인을 채용하기 위해 만든 장애인 표준사업장이다. 최연진 기자

최근 장애인 고용 문제에 관심을 갖고 기획기사를 시작한 계기는 삼성전자였다. 우연히 삼성전자 자회사 사장이 과자를 굽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무슨 사연인지 궁금했다.

알고보니 지난달 말 삼성전자가 최초로 발달장애인들을 채용하는 장애인 표준사업장 희망별숲 설립을 준비하면서 일어난 일이었다. 희망별숲은 발달장애인들이 과자를 만들어 삼성전자 구내식당에 간식으로 공급한다. 이를 위해 강석진 희망별숲 대표가 발달장애인을 고용한 사회적기업 베어베터에서 2주간 과자를 구우며 장애인들의 근로 환경을 체험했다. 그만큼 장애인 표준사업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신경 써야 할 것이 많다는 얘기다. 많은 기업들이 선뜻 장애인 표준사업장을 만들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장애인들의 생존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일자리 확대가 시급하다. 국내 등록 장애인은 264만 명으로 전체 국민의 5.12%다. 이 가운데 일하는 장애인은 경제활동 연령에 해당하는 15~54세 장애인 67만 명 가운데 38%에 불과하다. 전체 인구의 경제활동 비율 64.9%에 비하면 현저하게 낮다.

일자리는 먹고사는 문제를 넘어 사회 구성원으로서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는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런데도 장애인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 것은 크게 두 가지 때문이다. 기업들의 낮은 장애인 고용률과 미고용 부담금이다.

기업들은 의사소통 및 업무 효율 문제 때문에 좀처럼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는다. 삼성전자처럼 장애인 표준사업장을 만들어 중증 장애인을 채용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래서 희망별숲은 고용인원을 떠나 설립 자체로 의미가 크다.

이런 문제를 보완하려고 정부는 법으로 직원 수 50인 이상 기업은 전체 직원의 3.1%에 해당하는 장애인을 의무 고용하도록 정해 놓았으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장애인 의무 고용은 대기업 뿐 아니라 신생기업(스타트업)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최근 개발자 등을 많이 뽑으면서 전체 직원이 50명 이상으로 늘어난 스타트업들이 많다.

의무 고용률을 지키지 못하면 미고용 부담금을 내야 한다. 즉 미고용 부담금은 장애인 고용을 촉발하는 방아쇠 역할을 한다.

문제는 지금까지 방아쇠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미고용 부담금은 1991년 장애인 고용법이 처음 시행될 때 최저임금의 60%로 기준이 정해졌다. 최저임금법에서 장애인을 노동능력이 떨어진다고 보고 최저임금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장애인이 최저임금을 받으려면 장애인고용공단의 작업능력평가를 거쳐 노동력을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장애인 표준사업장 대표들의 말을 들어보면 단순 반복 작업의 경우 장애인도 노동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방아쇠를 아무리 당겨 본들 총알이 나가지 않는다.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금이 최저임금보다 적기 때문에 장애인을 고용하는 것보다 부담금을 내는 게 더 낫기 때문이다. 사실상 미고용 부담금이 입법 취지가 무색하게 장애인 고용 촉진 역할을 하지 못하는 셈이다. 거꾸로 장애인 미고용을 부추긴 꼴이 됐다. 그렇다 보니 일자리는 늘지 않고 미고용 부담금만 늘린 격이다.

어떻게 장애인 고용법 제정 후 32년 동안 미고용 부담금의 황당한 기준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정부와 국회 등 막중한 책임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관심을 쏟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국회와 고용노동부는 작동하지 않는 방아쇠가 제 역할을 하도록 장애인 미고용 부담금 기준을 최저임금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최연진 IT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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