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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하니 오르지 말라" 경고 안 통하자 절벽 부서뜨린 중국

입력
2023.04.23 15:3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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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객의 명소 '담대한 바위' 파괴 논쟁

한 중국인 등산객이 허난성 안양시의 협곡에 위치한 이른바 '담대한 바위'에 올라 사진을 찍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홈페이지 캡처

한 중국인 등산객이 허난성 안양시의 협곡에 위치한 이른바 '담대한 바위'에 올라 사진을 찍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홈페이지 캡처

"절벽에 접근한 데 대한 모든 책임은 당신에게 있습니다."

중국 등산객 사이에서 명물로 통했던 한 바위 주변의 안내표 문구다. 그런데 해당 지역 지방정부가 이 바위를 최근 제거한 일을 두고 시끌시끌하다. 등산객 안전을 위해 바위를 부쉈다는 입장이지만, 아득한 세월을 거치며 만들어진 자연 유산을 지방정부가 파괴한 건 부적절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접근 금지' 경고 소용없자 '파괴' 결정

중국 중부 허난성 안양시에 위치한 한 협곡에는 얼마 전까지 '핫 플레이스'가 있었다. 협곡 한가운데 낭떠러지 쪽으로 유난히 돌출돼 있는 절벽 구간이다. 발을 조금만 헛디뎌도 수백m 아래로 추락하게 되는 위험천만한 장소지만, '담대한 바위' '무모한 바위' '용기 시험 절벽' 등으로 불리며 등산객들의 인기를 끌었다. 이곳에 올라 사진을 찍는 일도 크게 유행했다.

실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용기 시험 절벽' 등 검색어를 입력하면 자신의 담대함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한 등산객 사진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여성 세 명이 동시에 바위 위로 올라가 춤을 추는 동영상도 있다.

그런데 최근 이 바위가 사라졌다. 베이징청년일보는 허난성 정부가 중장비를 동원해 '담대한 바위'를 파괴했다고 보도했다. 등산객 안전 보호 조치라는 게 허난성 정부의 설명이다.

경위는 이렇다. 담대한 바위가 유명해지자 허난성 정부는 지난해 암벽 근처에 "등반 금지"라는 안내표를 세웠다. 그러나 소용없었다. 이 바위에 오르기 위해 협곡을 찾은 등산객들은 경고를 무시하고 계속해서 '낭떠러지 퍼포먼스'에 나섰다. "바위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이곳에 접근한 데 따른 결과는 모두 본인 책임이다"라고 경고문 수위도 올려 봤지만, 담대한 바위의 인기는 전혀 식지 않았다. 결국 '차라리 없애 버리자'는 결론에 도달했고, 담대한 바위는 유압 브레이커의 드릴을 맞고 절벽 밑으로 사라졌다.

"자연 유산인데 꼭 부쉈어야 했나" 비판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담대한 바위가 파괴됐다는 소식과 관련해 중국 온라인에서 논란이 불거졌다"고 전했다. 수억 년 세월을 견뎌낸 자연 유산을 파괴한 것은 지나쳤다는 비판이 쏟아진 것이다. 한 네티즌은 "관광객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펜스를 설치하는 방법도 있었다. 꼭 '파괴'라는 선택을 했어야 했나"라고 따져 물었다.

그럼에도 당국은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입장이다. 현지 관리인은 "이곳을 관리하기 위해 별도로 지정된 인원이 없다. 원래부터 관광객을 위한 공간도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관영 매체인 인민일보도 허난성 정부의 결정에 힘을 실었다. 인민일보는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 계정을 통해 "겉으로 보기엔 정부가 그 바위를 파괴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는 무책임한 관광객들이 그 바위를 파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르지 말아 달라'고 누차 경고했는데도 등반객들이 말을 듣지 않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내린 선택이었다는 뜻이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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