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자체 확보 미 기밀문건에 관련 정황 기재
올 2월까지 유럽·아시아서 총 12건 테러 계획
미 "대테러 능력 유지" 반박… IS 움직임 여전
2021년 미군 철수 이후 아프가니스탄이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테러 계획 수립 본부 역할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IS의 아프간 지부 격인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의 영향력과 활동 범위가 그만큼 커졌다는 얘기다. 특히 지난해 개최된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자살폭탄 테러를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패에 그치긴 했으나, 여전히 IS발(發) 테러 위협이 잔존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IS-K, 카타르 월드컵 이어 튀르키예 등서도 테러 계획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자체 확보해 보도한 기밀 문건에 따르면, IS-K는 지난해에만 9건의 유럽 및 아시아 지역 테러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2월까지로 시점을 연장하면, IS-K의 국외 테러 계획은 12건에 달했다.
대표적 사례는 지난해 11월 카타르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이었다. 당시 IS-K는 다수의 자살폭탄 테러를 현지에서 시도하려 했으나 모두 현실화하진 않았다. 올해 3월 작성된 이 문건엔 IS-K의 카타르 테러 실패 원인과 추후 진행 상황 등은 기재되지 않았다. 정황상 테러 위험 첩보를 사전 입수해 공격 시도를 막아냈을 공산이 크다.
IS-K의 테러 시도는 지역을 가리지 않았다. 올해 1월 스웨덴과 네덜란드의 극우 세력이 주도한 '쿠란(이슬람 경전) 소각 시위'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최근까지 △아제르바이잔 △타지키스탄 △러시아 △튀르키예 등에 있는 스웨덴·네덜란드 대사관에 테러를 감행하려 했다. 하지만 미 당국이 IS-K 통신망을 차단하면서 테러는 무산됐다.
IS-K 테러 파악 힘들다? 미 당국 "위협에 대처 중" 항변
IS-K의 연이은 테러 시도는 미국 정부에도 경고음을 울린 것으로 보인다. 문건에는 지난 3월 미 국방부가 하원 군사위원회에 "IS가 아프간에 강력한 주둔지를 구축 중이며, 6개월 내에 경고 없이 국제사회에 테러 공격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한 사실이 기재돼 있다. 당시 국방부는 "(현재로선) 미군이 IS 테러 계획의 '넓은 윤곽'만 볼 수 있을 뿐, '전면'은 파악하기 힘들다"고 하소연을 하기도 했다.
미 당국은 적극 해명에 나섰다. 에이드리언 왓슨 미 국가안전보장회의 대변인은 WP 인터뷰에서 "(아프간 철수 이후) 미군은 여전히 미래의 위협에 대처하고 있다"며 "아프간 지상에 상설 병력을 배치하지 않아도 테러리스트를 퇴출시킬 수 있는 능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왓슨 대변인은 '빌랄 알 수다니 암살 작전'을 대표적 성공 사례로 들었다. 앞서 중동 및 북아프리카를 담당하는 미 중부사령부는 지난 1월 "소말리아에서 활동 중인 IS 글로벌 자금책 수다니와 조직원 11명을 성공적으로 제거했다"고 발표했다. IS-K의 테러 모의 움직임은 사실이나, 미군 대응도 적절히 진행되고 있으니 안심하라는 취지다.
영국·시리아·우크라이나… IS-K 테러 준비는 여전
대다수 테러 시도가 미군 개입으로 실패한 것으로 보임에도 IS-K의 활동은 이어지고 있다. 문건은 "지난해 여름 IS-K가 항공·화학공학 전문가로 알려진 영국 내 IS 추종자에게 무인기 유도 기술 및 화학무기 제조법을 습득하기 위해 접촉했다"고 명시했다. IS 본부 측도 시리아 다마스쿠스 공학도와 우크라이나 측 무인기 기술자와 만남을 가졌다고 한다.
시리아에 본부를 둔 IS가 아프간에 똬리를 튼 IS-K와 어떤 방식으로 작전을 조율하는지는 불분명하다. WP는 "2021년 8월 미군의 아프간 철수 이후 2년도 채 되지 않아 IS가 유럽과 아시아 전역에서 공격을 계획하고 미국을 겨냥한 야심 찬 음모를 벌이기 위한 준비 및 집결 장소로 아프간을 선택한 건 전 세계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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