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세계 공인 기후대응 후진국이다. 탄소배출량은 세계 10위인데, 대응은 세계 최하위 국가로 분류된다. 지난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한국일보가 각 정당의 기후법안 목록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기후대응 법안 자체가 드물고, 간혹 발의가 돼도 국회에서 잠자기 일쑤이다.
우선 여당인 국민의힘의 소극적인 자세가 개탄스럽다. 본보 기자가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정의당에 중점적으로 추진 중인 기후 법안 목록을 요청했으나 국민의힘은 공개하지 않았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 상황 적응을 도울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는 정도의 답변을 내놓았다. 여당이 선제적인 탄소감축 추진 법안 하나 제시하지 못한 것이다. 그린피스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의힘 의원 1인당 기후 법안 발의 건수(0.27건)는 민주당(0.41건), 정의당(1.17건)보다 적었다.
민주당은 탄소중립 산업에 세제 혜택을 확대하는 ‘탄소중립 산업법’, 석탄화력발전소 등에 부담금을 부과하는 ‘에너지 전환법’ 등 4개 법안, 정의당은 화석연료 퇴출에 따라 일자리를 위협받는 노동자를 지원하는 ‘정의로운 일자리 전환 기본법’ 등 3개 법안을 중점 추진 법안으로 제시했다. 그런데 이 법안 7건 중 5건은 발의된 지 3년이 돼간다. 분산 에너지 확대의 틀을 마련하는 ‘분산 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정도가 상임위원회를 통과했고, 국가가 풍력발전 개발을 주도하도록 한 ‘풍력발전 보급촉진 특별법’은 최근에야 정부가 적극성을 보여 논의가 진척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 평가기관인 저먼워치와 기후 연구단체 뉴클라이밋연구소에 따르면 세계 탄소배출량의 90%를 차지하는 60개국 중 한국의 기후대응 순위는 57위이다. 기후대응에 소극적인 현 정부에 일차적 책임이 있지만, 지난해 국회 발의 법안 중 기후위기 관련이 3.5%에 불과할 정도로 입법부 또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기후대응에서 한국보다 더 나쁜 평가를 받은 나라는 카자흐스탄, 사우디아라비아, 이란뿐이다. 정치권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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