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수원삼성과 '슈퍼매치' 승리 기여
FC서울, 현재 리그 2위 올라서
6월 FC서울과 계약 만료 앞둬
황의조(31·FC서울)는 요새 더 활짝 웃고 있다. 한동안 골이 터지지 않아 부담도 있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짜릿한 골 맛을 보고 있어서다. 첫 K리그 복귀골은 지난 8일 가수 임영웅이 관전한 대구FC(3-0 승)전에서 나왔고, 첫 필드골은 22일 '슈퍼매치' 수원 삼성(3-1 승)과 경기였다. '임영웅 효과'로 4만5,000명의 관중 앞에서 페널티킥으로 첫 골을 터뜨리더니, 3만 관중이 든 '슈퍼매치'에선 귀중한 두 번째 골을 만들었다. 많은 축구팬들이 경기장을 찾아야 득점포가 터지는가 보다.
황의조는 지난 20일 경기 구리 GS챔피언스파크에서 한국일보와 만나 그간 골 침묵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FC서울로 오면서 처음에는 내가 가진 영향력을 보여주고 싶었고, 내가 어떻게 공을 가지고 플레이하는지 보여주고 싶었다"며 지난 2월 올림피아코스(그리스)에서 긴박하게 K리그에 복귀하며 가졌던 마음가짐을 들려줬다.
골 욕심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황의조는 "공격수에게 기대하는 건 공격력이기 때문에 득점 욕심을 버린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어떻게 하면 득점할 수 있을지 늘 연구한다"며 "팀 성적과 함께 내 성적도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공격수로서의 책임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대구와 경기에서 페널티킥으로 첫 복귀골을 터뜨린 것에 대해 "득점하고 나서 무언가 막힌 것이 뚫리는 기분이었다. 첫 골로 끝나는 게 아니고 앞으로 더 많은 득점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8월 보르도(프랑스)에서 3년 넘는 생활을 접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노팅엄 포레스트로 이적했다. 구단주가 같은 올림피아코스로 곧바로 임대 이적한 황의조는 프랑스에서처럼 득점포를 가동하지 못한 채 주전 경쟁에서 밀려났고,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며 고전했다. 결국 성남FC(2017년) 소속으로 뛴 후 6년여 만에 국내 리그로 돌아왔다.
골 감각을 찾는 게 시급했다. 황의조는 "팀 내 많은 선수들이 모두 (내가 골을 넣게) 도와주려고 한다. (나)상호나 다른 외국인 선수들, 많은 공격수들, 그 외 팀원들이 득점 상황일 때 나에게 공을 주려고 노력해 준다. 감사한 마음으로 뛰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당연히 스트라이커라 득점 욕심이 넘치지만, 팀이 승리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또한 새로 부임한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과의 면담도 위로가 됐다고. 황의조는 지난달 국가대표팀에 차출돼 콜롬비아, 우루과이와 평가전을 치렀다. 아쉽게도 골을 기록하진 못했다.
"클린스만 감독님은 선수들 편에 서서 많이 생각해 주셨어요. 훈련이나 경기 때 모두를요. 그래서 더 감사하고 잘해야겠다고 선수들끼리 말하곤 했죠. 특히 '득점은 모든 공격수의 고민이니 걱정할 필요없다' '할 수 있는 플레이를 하다 보면 골이 터진다' 등 득점에 대한 많은 조언을 들었습니다."
"상호, 승우는 걱정할 필요 없는 후배들"
황의조는 최근 나상호와의 호흡이 찰떡이다. 이번 수원과 '슈퍼매치'에서도 사이좋게 한 골씩 뽑아냈다. 황의조는 "(나)상호가 잘해줘서 기분이 좋다. 스스로 노력한 결과다. 그가 득점을 많이 하면 할수록 나에게도 찬스가 생길 것"이라고 후배를 먼저 챙겼다.
두 사람은 혼자 지내는 황의조의 집에서 종종 모인다고. 경기가 없는 쉬는 날에도 "카페를 가거나 밥을 먹는" 돈독한 사이가 됐다. 유럽 무대를 꿈꾸는 나상호는 황의조와의 생활이 좋은 경험 그 이상일 터다.
나상호는 22일 수원과 경기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황)의조 형이 팀에 모범이기 때문에 후배들이 좋은 시너지를 가져갈 수 있고, 나도 형을 통해서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나상호는 "멘털적인 부분을 본받고 싶다"며 "(형이) 득점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도 계속 이겨내려고 트레이닝하는 등 스스로를 관리하는 것을 옆에서 배웠고, 또 따라 하니까 나 역시 (폼이) 올라가는 듯하다"고 전했다.
황의조도 이날 경기 후 나상호에 대해 "경험적인 부분에 대해서 (본받고 싶다고) 그런 것 같다. 내가 어떻게 보면 어린 나이가 아니기 때문에 많은 걸 경험했는데 그런 부분이 아닐까 싶다"며 웃었다.
황의조는 이승우(수원FC·25)도 언급했다. 오는 29일 수원FC와 경기를 앞두고 이승우와 통화를 했다고 한다. 황의조는 "엊그제 연락을 했는데 (이)승우는 최근 좋은 경기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며 "(이)승우를 처음 봤을 때부터 개성이 강하고 장점이 뚜렷한 선수라고 생각했다. 그 장점을 잘 살리면 좋은 선수가 될 것이다. (이)승우에게 '네가 원하는 플레이 했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 친구를 걱정해 본 적은 없다"고 밝혔다.
"EPL 아니어도 유럽 리그 어느 곳이든 도전하겠다"
황의조는 소속팀 운이 없다면 없는 편에 속한다. 지난해 보르도에서 생활을 청산한 것도 팀이 1부 리그에서 강등됐기 때문이다. 노팅엄 포레스트로 이적했지만 현재 이 팀도 EPL 순위 19위(6승 9무 17패·승점 27)로 강등 위기에 직면했다. 2개월 후면 서울과의 계약이 만료돼 노팅엄 포레스트로 돌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황의조는 이에 대해 "프랑스에서 뛰고 나서 좋은 조건으로 이동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고 고민했다. 하지만 선택에 후회는 안 한다. 그 당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만 좋지 않게 흘러간 것뿐이다. 선택이 잘못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앞으로 좋은 모습으로 더 높은 무대에 도전하는 게 중요하니까"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프랑스에서 활약했던 때를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았다. 황의조는 "3년 넘게 프랑스에서 뛰면서 많은 부분을 경험했다"고 털어놨다. "스스로 많이 성장했고, 어떻게 하면 축구를 더 잘할 수 있는지 매 순간 고민했어요. 경기장에서 뛰는 공 하나하나가 소중했죠. 그런 것을 경험하면서 성장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더 발전할 수 있는 곳에 시간을 쏟고 싶은 이유입니다."
황의조는 프랑스에서 출전 기회를 얻기 위해 감독과 팬들에게 인정받아야 했다고. 그는 "당시 아시아인이 프랑스 리그에서 뛰는 것이 생소했기 때문에 아시아 선수도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자 했다"며 "앞으로 프랑스 리그에 출전하는 선수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았다. 한국에 대한 이미지도 좋게 만들고 싶어서 매 경기마다 노력했다"고 나름대로 성실하게 임했던 프랑스 생활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오는 6월 결정될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도 밝혔다. 황의조는 "노팅엄 포레스트와 저의 에이전트를 통해 소통 중이다"라면서도 "EPL은 모든 선수들의 꿈일 것이다. 하지만 유럽에서 뛰는 기회가 있으면 어느 곳이든 도전해 보고 싶다"며 다른 유럽 리그로의 도전 가능성도 열어뒀다.
당장 그의 가장 큰 목표는 서울의 리그 1위 등극이다. 서울은 이번에 수원을 누르고 현재 리그 2위(5승 1무 2패·승점 16)에 올라섰다. "팀이 가장 좋은 위치에서 싸울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그리고 팀원들과 좋은 추억도 쌓고 싶고요. 무엇보다 저의 합류로 서울이 좋은 팀이 됐다는 말을 듣는 게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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