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티에르 콜렉티브社 무아장 회장·에르상 패션디렉터
세계 80개국에서 2500만 명 이용, 지난해 국내 상륙
명품업체들과 손잡고 RFID 검사로 진위 여부 판별
"국내 명품 중고거래 허브될 것"
유럽 최대의 온라인 명품거래 업체 베스티에르 콜렉티브의 공동 창업자 파니 무아장(47) 회장과 소피 에르상(49) 패션디렉터가 지난 20일 한국을 찾았다. 국내 홍보를 목적으로 22일 서울 가로수길에서 개최한 명품 벼룩시장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인터넷 유명인들도 참가한 이 행사에서 두 사람은 아끼던 명품 바지와 시계, 반지, 팔찌, 가방 등을 내놓았다.
프랑스 파리에 본사를 둔 베스티에르 콜렉티브는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등 세계적 명품업체들의 중고제품을 사고파는 온라인 장터로, 80개국에 진출해 이용자 2,500만 명을 확보했다. 지난해 국내에도 상륙(한국일보 11월 15일 자 보도)해 머스트잇, 발란, 트렌비, 캐치패션 등 국내 신생기업(스타트업)들과 온라인 명품 시장에서 경합을 벌이고 있다.
이 업체가 관심을 끄는 것은 네이버가 프랑스 벤처투자사 코렐리아캐피털을 통해 투자했기 때문이다. 코렐리아캐피털은 프랑스 문화부 장관을 지낸 한국계 플뢰르 펠르랭이 설립해 널리 알려진 곳이다. 2박 3일 짧은 일정으로 방한한 두 사람을 지난 21일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사에서 만났다.
패스트 패션이 과소비 유발
두 사람은 동료 네 명과 2009년 베스티에르 콜렉티브를 공동 창업했다. 프랑스의 패션 명문 학교 IFM과 네오마 경영대학원을 나온 무아장 회장은 패션업체와 실내장식 전문 존 갈리아노 등에서 오랫동안 일했으며 현재 맥스 비트너 대표와 베스티에르 콜렉티브를 이끌고 있다.
파리 에스모드 패션디자인 학교를 나온 에르상 디렉터는 20대 시절 모델로 활동하며 나오미 캠벨, 케이트 모스 등 세계적 모델들과 친분을 쌓았다. 이후 15년간 명품업체에서 패션 디렉터 및 디자이너로 일했다.
무아장 회장이 밝힌 창업 이유는 패션 분야의 낭비를 막기 위해서였다. "한동안 패션업계에 과도한 생산이 유행이었죠. 패스트 패션 제품이 넘쳐나며 과소비를 유발했어요. 그 바람에 사람들은 옷장에 옷이 가득한데도 입을 게 없다고 해요."
패스트 패션은 자라, 유니클로처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일시적 유행 상품을 말한다. 무아장 회장은 패스트 패션이 과소비를 유발한다고 보고 지난해 10월 패스트 패션 제품을 취급하지 않겠다는 정책을 공표했다.
대신 이들이 주목한 것이 인터넷을 이용한 명품 중고거래다. 에르상 디렉터는 중고거래가 명품의 생명력을 늘린다고 본다. "저가 상품을 자주 사는 것보다 좋은 제품을 적당한 가격에 사서 오래 쓰는 것이 이득이죠. 그래서 명품 중고거래를 주목했고 많은 상품을 전 세계에서 동시에 취급할 수 있도록 온라인 거래 방식을 택했어요. 덕분에 여러 나라에 빠르게 진출했죠."
특히 무아장 회장은 한국을 잠재력 높은 시장으로 점찍었다. "한국은 세계 명품 시장에서 소비력이 점점 늘고 영향력이 커지고 있어요. 한국에 진출하기 전부터 한국 이용자들이 우리 사이트를 이용했죠. 한국 사람들은 해외 명품을 많이 구매하고, 거꾸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명품을 해외에 많이 팔아요. 이를 보고 한국 시장에 관심을 가졌죠."
명품에 숨겨 놓은 RFID 검사로 진품 가려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예요." 무아장 회장은 회사의 가장 중요한 가치이자 차별화 요소로 고객 신뢰를 꼽았다. 가짜 제품 우려가 끊이지 않는 명품 시장에서 소비자 신뢰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이들은 가짜 명품의 거래를 막기 위한 두 가지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다. 우선 판매자가 앱이나 웹으로 중고 명품을 판매하려면 명품 사진을 찍어 검수팀에 보내 1차 검증을 통과해야 한다. 만약 구매자가 제공한 사진으로 확인이 힘들면 추가 사진을 더 요구한다. 사진에 문제가 있을 경우 제품 판매를 하지 못하도록 막는다.
이후 구매자에게 발송하기 전에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여러 곳에 설치한 검수센터에서 다시 제품을 검증한다. 에르상 디렉터에 따르면 전 세계 검수센터에 80명 이상의 전문 명품감정사를 두고 있다. "2017년 감정사 교육을 위한 베스티에르 아카데미를 파리 근교에 만들었어요. 명품업체들이 계속 신제품을 내놓기 때문에 감정사들에게 3개월마다 교육을 새로 하고 있어요."
다른 명품거래업체와 차이점은 명품업체들이 감정사 교육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다. "2012년 프랑스 정부와 가짜 제품 근절 운동을 할 때 명품업체들이 동참하며 협력관계를 맺었죠. 명품업체들이 직접 제공한 각 사 제품의 진위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자료를 감정사 교육에 활용해요."
한국에서는 다른 지역과 달리 제품 발송 전 무조건 검수센터를 거친다. "한국은 진출한 지 얼마 안 돼서 신뢰를 쌓기 위해 모든 제품을 검수해요. 이것이 차별화 요소죠. 한국 소비자들이 워낙 민감하거든요. 한국 법인의 감정사들도 파리에서 최초 교육을 받았고 3개월 단위로 재교육을 거쳐요."
재미있는 것은 명품업체들과 손잡고 진행하는 전자태그(RFID) 검사다. 전자태그 검사란 명품업체에서 의료, 가방 등 제품을 만들 때 몰래 숨겨 놓은 RFID 반도체를 확인해 진위 여부를 가리는 것이다. 무아장 회장에 따르면 주요 명품업체들은 최근 신제품에 RFID를 내장하고 있다. "보안상 이유로 RFID를 내장한 명품업체들을 밝힐 수 없어요."
여기 맞춰 명품업체들은 베스티에르 콜렉티브에 RFID 검사도구를 제공했다. "다른 경쟁업체들은 명품업체에서 검사도구를 제공하지 않아 RFID 검수를 하기 힘든 것으로 알고 있어요."
중고거래 뛰어드는 명품업체들
에르상 디렉터는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명품 중고거래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 "세계 경제가 좋지 않지만 명품 시장은 1분기 15% 성장했어요. 같은 기간 명품 중고거래는 40% 성장했죠. 명품 중고거래의 성장률이 높은 것은 새 제품보다 중고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기 때문이죠."
덕분에 명품업체들이 최근 중고거래에 관심을 쏟으면서 명품 시장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명품업체들은 중고거래가 잠깐 스쳐가는 유행이 아니라고 보고 여기에 뛰어들고 있어요. 중고거래는 명품의 수명을 늘려주고 예전에 생각하지 못한 매출을 추가로 올려주죠. 중고 구매에 대한 소비자 요구가 강해서 명품업체들도 이를 무시할 수 없어요. 실제 신품과 중고를 사는 소비자가 겹치고 있어요."
이에 따라 무아장 회장은 여러 명품업체와 새로 제휴를 맺었다. "구찌와 공식 제휴관계를 맺었죠. 파코 라반, 알렉산더 맥퀸, 쿠레쥬 등도 제휴를 했어요. 이 업체들은 직접 중고거래에 뛰어들면 장벽이 많으니 우리를 통해 중고시장에 들어오고 싶어 하죠. 스포츠카 업체 포르쉐도 매출의 30%가 중고에서 발생해요. 명품도 5~10년 내 신품과 중고거래 비율이 50대 50이 될 겁니다."
국내 명품 판매 허브 겨냥, 경쟁업체들과 협업 추진
무아장 회장은 전 세계 매출을 공개하지 않았다. "매출을 밝힐 수 없지만 이용자 1인당 평균 구매액이 350 유로입니다. 덕분에 기업가치가 17억 달러(약 2조2,000억 원)로 평가받으면서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 스타트업)이 됐어요."
이들의 최종 목표는 패션업계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이용자들이 한 가지 상품을 오래 써서 매출이 오래 발생하게 하고 싶어요. 명품업체들도 중고 시장이 활성화되면 한 번 생산해 2, 3회 매출을 올릴 수 있죠. 이렇게 되면 제품을 여러 가지 생산하지 않아도 가치를 창출할 수 있죠."
한국에서는 중고 명품 거래 1위 업체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이민아(39) 베스티에르 콜렉티브 한국 대표는 하반기 시작을 목표로 국내 온라인 명품 중고거래 업체들과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제일기획, 삼성전자, 쿠팡 등에서 일했다. "국내 온라인 중고 명품 거래업체 여러 곳에 협업을 제안했고 1, 2개 업체들과 논의 중입니다. 이들이 갖고 있는 명품을 베스티에르 콜렉티브에서 판매하는 것이죠. 이들은 해외 판매를 하고 싶은데 행정절차와 국제 배송 등 장벽이 많으니 이를 우리가 해결해 주고, 우리는 취급 제품의 종류를 늘릴 수 있죠. 베스티에르 콜렉티브가 국내에서 중고 명품 판매의 허브가 되는 겁니다."
이와 함께 이 대표는 국내 패션 디자이너들과 협력할 계획이다. "이상봉 우영미 젠틀몬스터 등 국내 유명 디자이너들과 협력해 이들 상품을 해외에 판매하고 싶어요. 국내 브랜드의 중고제품을 해외에 수출하는 것이죠. 이미 해외에서 인기를 얻는 국내 브랜드들이 있어서 충분히 해외에서 성공 가능성이 있어요."
투자사인 네이버와 협력 관계는 계속 유지할 계획이다. "네이버와 쇼핑 및 검색 기능에 대한 협력 등을 하고 있어요. 하지만 합작사 설립 등의 계획은 갖고 있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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