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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리벚꽃 지면 우전차의 계절… 차담 나누고 반달곰 만날까

입력
2023.04.25 17:00
수정
2023.04.25 17:11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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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화개동천 차담과 의신마을 반달곰 투어

하동 화개면의 정금차밭 풍경. 지역 여행사 '놀루와'에서 차 시배지 특성을 활용해 차밭 소풍과 차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하동 화개면의 정금차밭 풍경. 지역 여행사 '놀루와'에서 차 시배지 특성을 활용해 차밭 소풍과 차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하동 화개장터에서 쌍계사까지 흐드러진 십리벚꽃이 지고 나면 이 골짜기는 본격적으로 녹색으로 갈아입는다. 그 중심에 차나무 시배지가 있다. 신라 흥덕왕 3년(828) 당나라에 사신으로 갔던 대렴이 차나무 종자를 가져와 국내에 처음 심었고, 진감 선사가 널리 보급해 전통차의 문화가 싹트게 된 곳이라 전해진다. 화개면 운수리 쌍계사 주변은 공식적으로 우리나라 차 시배지로 지정됐고, ‘대렴공차시배추원비’가 세워져 있다.

예부터 경치가 빼어나 화개동천이라 불리는 골짜기 양쪽에는 현재 명원다원 한밭제다 정금차밭 등 10여 개의 농장이 차를 재배하고 있다. 마을의 낮은 둔덕은 물론이고 일부는 산중턱까지 차밭으로 개간돼 있다. 가지런하게 다듬은 전형적인 차밭도 있지만, 야생에 가깝게 재배되는 차밭도 수두룩하다. 다음 달 4일부터 한 달간 하동군 일대에선 ‘세계차엑스포’가 계획돼 있다.

하동 쌍계사 부근의 차 시배지 공원.

하동 쌍계사 부근의 차 시배지 공원.


곡우를 전후해 수확하는 우전은 최고의 차로 대접받는다.

곡우를 전후해 수확하는 우전은 최고의 차로 대접받는다.

녹차는 잎의 크기에 따라 우전, 세작, 중작, 대작으로 나뉜다. 지금은 녹차 중에서도 가장 여리고 품질이 우수한 우전을 수확하는 시기다. 보통 곡우(4월 20일)를 전후해 따지만 요즘은 지구온난화로 4월 초부터 수확에 들어간다. 올봄은 초여름 더위를 보였다가 갑자기 영하로 떨어지는 등 기온 변화가 유난히 심해 안타깝게도 우전 수확량이 많지 않은 편이라 한다.

차밭은 그 자체로 훌륭한 경관이다. 부드럽게 곡선을 그리는 차밭에서 인증사진을 남기는 것도 좋지만 차의 본고장에 왔으니 조금은 폼 나게 차를 즐기는 건 어떨까. 악양면에 위치한 지역여행사 ‘놀루와’에서 비밀스러운 차밭에서 피크닉을 즐기는 ‘하동 차마실’과 차 명인들과 나누는 ‘다담 in 다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 여행사 '놀루와'에서 운영하는 하동 모암마을의 차담 프로그램.

지역 여행사 '놀루와'에서 운영하는 하동 모암마을의 차담 프로그램.


지역 여행사 '놀루와'에서 운영하는 하동 모암마을의 차담 프로그램.

지역 여행사 '놀루와'에서 운영하는 하동 모암마을의 차담 프로그램.


차밭 전망의 하동 모암마을 호텔. 지역 여행사 '놀루와'에서 유명무실해진 유기농밸리 사업 체험시설을 개조해 운영하고 있다.

차밭 전망의 하동 모암마을 호텔. 지역 여행사 '놀루와'에서 유명무실해진 유기농밸리 사업 체험시설을 개조해 운영하고 있다.

하동 차마실 피크닉 세트는 2가지 하동 차와 다기세트, 돗자리와 보온물통, 간단한 다식으로 꾸려진다. 눈부신 차밭을 느리게 걷다가 야생 차밭 어딘가에서 가만히 돗자리를 깔고 차를 내려 마시는 힐링 프로그램이다. 다담 프로그램은 하동의 다섯 농가에서 직접 생산한 3가지 차와 이에 어울리는 다식을 맛보는 프로그램이다. 차를 내려주는 사람(팽주)과 함께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며 느긋하게 차를 마신다. 차 농가가 가장 바쁜 5월까지는 쉬고 6월부터 재개한다.

협동조합으로 운영되는 놀루와는 단순한 여행사가 아니라 마을을 활성화하기 위한 도구임을 자처한다. 악양면장을 마지막으로 정년보다 7년 일찍 공무원 생활을 정리한 조문환 대표가 설립한 여행사로, 여행객과 지역공동체가 상생하는 여러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조 대표는 지난해 하동군의 출생신고가 단 한 건에 불과했다며 궁극적으로는 하동에 젊은이가 들어오고 중년과 협업해 문화가 있는 곳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놀루와의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화개동천에서 가장 깊은 골짜기 의신마을에는 이곳이기에 가능한 특이한 체험이 있다. 지리산 반달곰 2마리의 일상을 관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반달곰은 광택이 있는 검은색 털에 앞가슴에 반달 모양의 흰 무늬가 선명하다. 뾰족하고 짧은 코에 비교적 큰 귀는 옆으로 돌출해 있다. 잡식성으로 나무의 빈 구멍이나 굴에 들어가 겨울잠을 자는 곰으로 우리나라 천연기념물이다.

화개면 화개동천 깊은 골짜기의 의신마을 풍경.

화개면 화개동천 깊은 골짜기의 의신마을 풍경.


지리산 깊은 골짜기의 의신마을. 출렁다리를 건너가면 반달곰 2마리가 사는 베어빌리지다.

지리산 깊은 골짜기의 의신마을. 출렁다리를 건너가면 반달곰 2마리가 사는 베어빌리지다.


화개면 화개동천 깊은 골짜기의 의신마을 풍경.

화개면 화개동천 깊은 골짜기의 의신마을 풍경.


화개면 화개동천 깊은 골짜기의 의신마을 풍경. 최흥수 기자

화개면 화개동천 깊은 골짜기의 의신마을 풍경. 최흥수 기자


그 귀한 반달곰이 왜 의신마을에 있을까. 반달곰 복원사업은 2001년 4마리의 곰을 지리산에 방사하며 시작됐다. 현재 지리산에 서식하는 반달곰은 86마리로 늘어나 멸종위기종 복원 성공 사례로 꼽힌다. 자연에 방사하는 곰은 만 3세까지 야생 생존에 필요한 학습을 거치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과정이 대인기피 훈련이다. 반려동물처럼 사람과 친근해지면 야생에 적응할 수 없기 때문인데, 방사한 4마리 중 1마리는 번번이 되돌아와 결국 마을에서 거두게 되었다. ‘막내’에서 개명한 ‘산이’와 그의 딸 ‘강이’가 마을 앞 숲속에 설치한 베어빌리지에서 생활하게 된 사연이다.

야생 적응에 실패하고 하동 의신마을 베어빌리지에서 생활하고 있는 반달곰 '강이'.

야생 적응에 실패하고 하동 의신마을 베어빌리지에서 생활하고 있는 반달곰 '강이'.


야생 적응에 실패하고 하동 의신마을 베어빌리지에서 생활하고 있는 반달곰 '강이'.

야생 적응에 실패하고 하동 의신마을 베어빌리지에서 생활하고 있는 반달곰 '강이'.

마을에서 운영하는 베어빌리지는 하루 2회 40분씩 개방한다. 입장료는 3,000원, 출입 인원은 예약자 30명으로 한정된다. 마을 해설사와 동행해 반달곰과 분리된 공중 통로에서 간식으로 배 조각을 나눠준다. (주식은 도토리 가루로 만든 사료라고 한다.) 바로 코앞에서 간식을 받아먹고 때로 두 발로 서서 멋진 포즈를 취하는 모습이 볼수록 신기하다. 곰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는 특별한 경험이다. 경사진 바위 지대에 지은 사육장은 자연에 가까운 통나무집과 동굴 연못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베어빌리지로 연결되는 다리 아래로 차가운 계곡물소리가 요란하고, 산등성이로 신록이 번지고 있다.

하동=글·사진 최흥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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