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박사의 쓰레기 이야기]
희소금속 채굴, 필연적으로 환경오염 발생
탄소 줄이기 위해 필요... 순환 시스템 마련해야
편집자주
그러잖아도 심각했던 쓰레기 문제가 코로나19 이후 더욱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쓰레기 문제는 생태계 파괴뿐 아니라 주민 간, 지역 간, 나라 간 싸움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쓰레기 박사' 의 눈으로 쓰레기 문제의 핵심과 해법을 짚어보려 합니다.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 '지금 우리 곁의 쓰레기'의 저자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이 <한국일보>에 2주 단위로 수요일 연재합니다.
세계 경제 시스템은 에너지 전환과 디지털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래 산업 주도권은 누가 먼저 쌍둥이 전환을 빨리 달성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전기차는 내연기관 대비 6배, 풍력 발전은 가스화력 발전 대비 9배의 광물자원이 필요하다. 앞으로 모든 자동차 수요를 전기차로 대체하고 전기차에 필요한 전기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려면 광물소비가 기하급수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기만 하면 지속가능한 세계가 만들어질 것으로 생각하지만, 광물자원 조달이 되지 않으면 그 세계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비민주적 자원' 희소금속... 탄소 줄이려고 환경 파괴하는 딜레마
에너지 전환 등에 필요한 핵심 광물은 대부분 희소금속인데, 희소금속은 기존 일반 광물자원에 비해 종류가 다양하고 매장량이 매우 적으며 특정 지역에 편중되어 있기 때문에 자원의 개발·이용과정이 매우 복잡하고 시장이 불안정하다. 자원의 매장 및 제련이 특정 국가에 심하게 편중되어 있기 때문에 '비민주적 자원'이라고도 한다.
모든 광물자원의 채굴은 환경 파괴를 수반할 수밖에 없지만, 희소금속 채굴은 특히 심하다. 희토류의 경우 1㎏을 얻기 위해서 종류에 따라 수십 톤에서 수천 톤의 광물이 필요하고, 광물에서 금속을 추출하기 위해선 황산·염산 등의 유독물질이 필요하다. 희토류 광석에는 우라늄과 토륨이 같이 있어 채굴과 제련 과정에서 방사능 오염 문제도 발생한다. 남미 리튬광산에서는 과도한 물 소비로 인해 농사를 지을 물이 부족해져 농부들이 '하얀 기름(리튬 가루)의 저주가 내렸다'고 울부짖고 있다. 깨끗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세상은 더 더러워지고 있다는 개탄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동안 자원채굴 지역의 환경희생(환경덤핑) 위에서 값싸게 자원을 이용했지만 더 이상 이런 방식은 불가능하다. 자원개발은 물리적으로 점점 더 어려워지고 경제적으로 더 비싸질 수밖에 없다. 탄소를 줄이려는 노력만큼 자원조달 문제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딜레마에 봉착할 것이다.
방법은 '희소금속 순환'... 하루빨리 체계 만들고 기관 사이 협력해야
딜레마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희소금속 순환밖에 없다. 희소금속은 합금의 원료로 금속에 미량 첨가되는 것이라서 순환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매우 어렵다. 우리나라 금속 순환은 철, 구리, 납, 알루미늄 등 범용 금속에 편중되어 있고, 희소금속 순환율은 1% 미만에 불과하다. 정부는 2030년까지 핵심광물 재자원화 비율을 20%까지 높이겠다고 선언했는데,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서둘러야 한다. 기술개발도 시급하고, 폐기물 중에서 희소금속이 들어 있는 부품만을 별도로 모을 수 있는 체계도 만들어야 한다. 비싸더라도 재생금속을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규제도 필요하다. 전 과정 관리를 위한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기업, 연구기관 사이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디지털 세상이 유지되려면 지속가능한 에너지가 뒷받침되어야 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 생산은 지속가능한 자원조달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지속가능한 자원조달을 위해서는 순환경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전환의 장밋빛에만 현혹되지 말고 전환에 필요한 물질적 기반도 튼튼하게 잘 구축해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