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개혁 SWOT 보고서]
③위기의 대학, 재도약의 필수조건
교육부 대학 행정·재정 권한 지자체로
지자체들 "다른 부처도 칸막이 없애야"
편집자주
유보통합부터 대학개혁까지. 정부가 교육의 틀을 다시 짜겠다는 계획을 밝힌 지 100일이 지났습니다. 한국일보는 교육계 전문가 13명에게 이번 정부 교육개혁 정책의 기대효과와 부작용, 위기와 기회 요인(SWOT)을 물었습니다. 공정한 출발선은 가능할지, 잠자는 교실은 일어날지, 대학을 위기에서 구해낼 방법은 무엇일지 5회에 걸쳐 분석합니다.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라이즈)는 대학에 대한 행정·재정 권한을 교육부에서 지자체로 넘기는 '대수술'이다. 2025년 전국 적용을 앞두고 올해는 7곳의 광역지자체가 시범지역으로 지정돼 먼저 준비에 들어갔다. 대학과 지역이 머리를 맞대고 활로를 찾으려면 권한·재정에 자율이 보장돼야 한다는 취지이지만, '대학 지원 업무'를 처음 해보는 지자체가 적지 않아 기대와 불안이 교차하고 있다. 또 교육부 외에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다른 정부 부처의 대학 재정 지원 사업까지 라이즈 체계에 편입되지 않으면 용두사미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5일 교육부에 따르면, 중앙 정부의 대학 재정 지원 사업은 1,026개(2021년 결산 기준)다. 사업액은 약 15조 원에 달한다. 이 중 2025년 지역이 주도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라이즈 예산으로 투입되는 건 교육부 예산 중 '2조 원+α'다. 기존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RIS), 3단계 산학연협력 선도 대학 육성사업(LINC 3.0), 대학의 평생교육체제 지원사업(LiFE), 고등직업교육거점지구 사업(HiVE), 지방대활성화 사업이 통합되는 것인데, 전체 교육부 대학재정지원사업 예산의 50% 이상이 투입된다.
지자체에선 교육부 외에 다른 부처의 사업도 라이즈 체계로 통합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원광해 부산테크노파크 지산학협력단장은 "산업통상자원부는 지역 중소기업에 취업한 학생들의 인건비를 지원해주는 등 부처별로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결국 지역 대학과 학생, 기업을 지원하는 목적은 똑같다"며 "힘을 다 합쳐도 어려운 시기인 만큼 각자 플레이하는 틀을 깨고 라이즈 체계로 합쳐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지난 2월 라이즈 사업 계획을 발표하며 "다른 부처의 대학재정지원 사업을 라이즈로 단계적으로 전환하도록 협의하겠다"고 밝혔고, 3월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다른 부처의 협조를 요청한 상태다. 하지만 아직 명시적으로 협의점을 찾지는 못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사업의 수혜자인 대학의 관점에서는 한 번에 지원을 받으면 좋은데, 그걸 여러 부처가 나눠서 하고 있는 것"이라며 "그래서 통합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당장 다른 부처의 사업까지 통합하는 건 쉽지 않다"고 했다. 교육부는 우선 정책연구를 통해 어떤 사업을 어떻게 통합했을 때 시너지가 발생하는지를 분석하고, 이를 부처 간 협의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대학을 직접 지원해 본 적이 없는 지자체는 인력과 경험의 한계를, 대학은 지자체의 전문성 부족과 '지역정치·산업'에 종속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시범지역으로 선정된 한 지자체의 업무 담당자는 "지원 사업을 수행할 라이즈센터를 구성하려면 조례도 만들어야 하고 인력도 뽑아야 하는데, 시골에서 직원을 뽑는 일이 쉽지 않다"며 "처음 하는 사업이다 보니 어려움이 많다"고 밝혔다. 충청 지역의 한 사립대 총장은 "교육부가 돈을 지자체를 통해서 지원하면서 전문성이 부족한 지자체가 지금은 '슈퍼 갑'이 됐다"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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