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확장억제'를 담은 별도의 문건을 발표한다. 미국의 안보공약인 확장억제가 정상 차원에서 구체화되는 것이다. 다만 미국은 그간 한국의 요구가 거셀 때마다 마지못해 응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동맹의 상징인 확장억제가 자칫 '떼쓰기'의 산물로 비치는 이유다.
미국은 한국전쟁 이후 냉전이 한창이던 1958년 주한미군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했다. 동맹에 대한 군사위협을 핵으로 보호하겠다는 '핵우산'의 시작이다. 하지만 핵무기 배치를 문서로 못 박는 것은 꺼렸다. 한국에 발목이 잡히지 않겠다는 의도가 깔렸다.
1978년 상황이 돌변했다. 제럴드 카터 행정부는 주한미군을 철수하겠다고 압박했다. 이에 박정희 정부는 독자 핵개발 카드로 맞불을 놨다. 그러자 화들짝 놀란 미국은 1978년 한미 국방장관이 만나는 안보협의회의(SCM)에서 핵우산을 공동성명 문서에 적시했다.
북한이 전면에 등장했다. 1993년 핵확산금지협약(NPT)을 탈퇴하더니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에 나섰다. 이에 두 달 뒤 SCM에서 '확장억제'를 처음 명문화했다. 다만 개념적 수준이었다. 이후 구체적인 확장억제 방안을 놓고 한미 간에 난항이 계속됐다.
북한의 도발은 그치지 않았다. 2016년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감행하자 정부는 미군 전략자산의 한반도 상시 순환배치를 요구했다. 전략자산은 확장억제의 핵심수단이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무기다. 실무합의가 모두 끝나고 실제 SCM에서 합의문이 나오는가 싶었지만 당시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이 막판 거부하면서 틀어졌다.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붙박이로 배치하는 건 미국도 부담이 컸던 탓이다.
이처럼 북한의 위협이 커지면 한국은 요구하고 미국이 들어주는 패턴이 반복돼왔다. 핵우산과 확장억제 모두 동맹의 약속이지만, 미국이 선의로 내준 선물은 아닌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계기로 다시 확장억제가 주목받는 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의미다. 김 위원장은 '핵 선제공격'을 거침없이 내뱉으며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에 윤 대통령은 미국이 꺼리는 '전술핵 재배치'까지 언급하며 확장억제 강화를 주장해왔다. 미국이 다시 한번 성의를 보여야 하는 시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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