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2023년 노동시장 세미나
팬데믹 이후 경제활동 늘었지만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진 않아
고용 수요↓공급↑..."물가 낮출 요인"
우리나라 고용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보다 양적으로 크게 늘었지만, 물가 상승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진단이 나왔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싸움을 힘들게 만드는 주된 원인으로 '견고한 노동시장'이 지목되는 것과 대비된다.
한국은행은 25일 ‘노동시장 상황과 인플레이션 압력’을 주제로 노동시장 세미나를 열고 코로나19 이후 국내외 노동시장 변화와 인플레이션에 대한 영향을 논의했다. 모두연설을 맡은 서영경 금융통화위원은 “올해 중 고용시장에선 수요 둔화와 공급 확대가 맞물리며 긴장도(tightness)가 완화돼 물가 압력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최근 주요국 통화정책 차별화는 노동시장 상황 차이와 이에 따른 물가압력 차별화에도 일부 기인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노동시장 긴장도는 팬데믹 전후로 비슷하게 유지됐다. 긴장도는 빈일자리율을 실업률로 나눠 측정하는데, 미국의 경우 코로나19 이전(2014~2019년) 0.86에서 이후(2021년~지난 2월) 1.57로 확대됐다. 이에 반해 한국은 0.34를 유지했다. 미국은 일하려는 사람이 줄어들고, 우리나라는 늘었기 때문이다.
고용의 양적 증가에도 불구하고 질적으로는 개선되지 않아 성장·물가 등 거시경제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게 한은 분석이다. 우선 ①고령층과 여성 중심으로 '저임금·불완전 고용'이 늘었다. 이에 따라 일평균 근로시간은 2017년 8.4시간에서 지난해 8.2시간으로 줄어든 반면, 열악한 시간제(주 36시간 미만) 근로자와 비정규직 비중은 2019년 19.8%, 36.4%에서 지난해 28%, 37.5%로 나란히 증가했다.
②임금 인상, 물가 상승과 연관성이 높은 서비스업의 임금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점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우리나라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빈 일자리가 증가했고, 임금 상승률도 제조업이 0.9%포인트로 서비스업(0.3%포인트)을 크게 웃돌았다. 반대로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서비스업 임금 상승률이 제조업보다 커 고용 상황에 따라 임금과 물가가 오르는 경향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예상보다 더디게 잡히는 근원물가(식료품, 에너지 제외) 흐름은 노동시장 긴장도와 유의미한 양(+)의 관계가 있는 것으로 한은은 추정했다. 그러나 압력의 정도는 마찬가지로 미국이 2배 가량 더 컸다. 우리나라 근원물가의 경우 에너지 원자재 가격 상승 파급효과 등 노동시장 외적 요인에 상대적으로 더 영향을 받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와 미국 모두 근원물가가 경직적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원인은 다르다는 이야기다.
한은은 고령화와 노동생산성 하락이 지속될 경우 저성장·저물가 체제로의 회귀가 불가피하고, 통화정책적 부담도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베이비부머 인적자본 활용, 보육여건 개선 등 노동시장의 실질적 구조 개선 노력과 적합성 높은 고용지표 발굴에 힘써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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