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性으로 표심 잡기?… '불교 나라' 태국의 보수 정당 "섹스토이 합법화"
알림

性으로 표심 잡기?… '불교 나라' 태국의 보수 정당 "섹스토이 합법화"

입력
2023.04.26 17:30
수정
2023.04.26 17:32
0 0

보수·왕당파 정당 민주당 공약
"성매매·성범죄 등 감소 효과"
4%대 지지율 반등 위한 노림수

지난해 2월 서울의 한 리얼돌 수입업체 물류창고에서 직원이 상품을 정리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2월 서울의 한 리얼돌 수입업체 물류창고에서 직원이 상품을 정리하고 있다. 뉴스1

불교 국가인 태국의 보수 정당이 ‘성인용 완구(섹스 토이) 합법화’를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다. 성범죄를 줄이고 세수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게 해당 정당의 설명이다. 그러나 총선을 3주 앞두고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자, 표심을 얻으려는 정치적 노림수에서 꺼내 든 카드라는 분석도 나온다.

26일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태국 정부 부대변인을 맡고 있는 라차다 타나디렉 민주당 대표는 “성적 문제로 인한 이혼은 물론 성매매나 성범죄, 성병 감염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섹스 토이 판매 합법화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보수 성향인 민주당은 현재 태국 연립정부에 참여하고 있어 여권으로 분류된다.

불교를 국교로 하는 태국에선 현재 딜도나 바이브레이터(성적 자극 기구), 리얼돌(사람을 형상화한 성기구) 등 성 관련 용품 판매 자체가 불법이다. 현행법상 성인용품 판매 적발 시 최대 3년의 징역형 또는 1,800달러(약 240만 원)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그러나 이런 제재에도 불구하고 암시장에서는 밀수·밀매가 끊이지 않는다. 현지 매체 타이거는 “태국은 보수적 국가지만 역설적으로 지하 성매매와 성 관련 용품 경제는 번창하고 있다”며 “관세청이 2020년 압수한 섹스 토이만 4,000개가 넘고, 성 산업은 태국 국내총생산(GDP)의 최대 10%를 차지한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러한 만큼, 차라리 성인용품의 ‘양지화’로 법적 안전 기준을 마련하고, 세금도 걷는 편이 낫다는 게 민주당의 입장이다. 2019년 이후 전 세계에서 성인용품 시장이 매년 7%씩 증가세를 보이며 ‘황금알을 낳는 사업’으로 여겨지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 특별한 주장은 아니다.

게다가 태국 내에서 성인용품 합법화 목소리가 나온 것도 처음은 아니다. 2020년 진보 소수정당인 문명당이 성매매와 섹스 토이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올해 2월에는 태국 농업부 장관이 자국 고무 산업 수익 극대화를 위해 섹스 토이 시장을 활용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다만 진보 정당이 아니라, 보수·왕당파 정당인 민주당에서 이 같은 공약을 내놓는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940년 창당된 민주당은 태국은 물론,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정당 중 하나다. 아파싯 웨차치(2008~2011년 재임) 전 총리를 포함해 4명의 총리를 배출했으나, 2019년 군부 쿠데타와 군주제 개혁 등을 요구한 2020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 이후 인기가 추락했다.

이 때문에 다음 달 14일 총선을 앞두고 막판 진보 성향 유권자 표심을 잡기 위해 파격적 정책을 제시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많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4.75%에 그쳤다. 친탁신 계열의 푸어타이당(47.2%), 젊은 층 지지를 받는 전진당(21.3%), 쁘라윳 짠오차 총리 소속 정당인 루엄타이쌍찻당(10.8%)에 이어 4위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