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에서 빚을 내 투자하는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지난 24일 기준 20조4,320억 원에 이르렀다. 지난해 말 16조5,000억 원 수준에서 4조 원가량 늘어난 것이다. ‘영끌’로 부동산과 가상화폐에서 쓴맛을 보고도 ‘빚투’의 위험성에 대한 학습효과가 없는 사회라니 씁쓸하다. 더구나 금융당국의 ‘고금리 장사’ 비판에 따라 증권사들이 신용융자 이자율을 내리면서 ‘빚투’가 늘었다고 한다. 세밀하지 못한 당국의 정책에 또 대규모의 피해자가 양산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금융투자협회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투자자가 주식을 담보로 증권사에서 자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하는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20조 원을 넘었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신용잔고율이 10% 이상인 종목 수는 지난해 말 9개에서 21개(24일 기준)로 두 배 넘게 늘었다. 신용잔고율이 5% 이상인 종목은 269개에 달했다. 신용잔고율은 신용거래 매수량을 총 주식 수로 나눈 값으로, 비율이 높을수록 상장된 주식 중 신용(빚)으로 산 주식이 많다는 뜻이다.
신용융자거래로 투자한 경우, 주가가 폭락해 담보로 맡긴 주식 가치가 빌린 돈의 140%를 밑돌면 자동적으로 ‘반대매매’가 진행돼 담보주식이 헐값에 팔린다. 투자자는 큰 손해를 볼 수 있으며, 주식시장이 하락할 때는 추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해 시장 안정성도 해친다.
주가 회복에 대한 기대심리와 함께, 지난 2월 신한투자증권이 최단기(7일 이하) 신용융자 이자율을 연 5.05%에서 3.90%로 낮추는 등 증권사들이 관련 이자율을 내린 영향이 컸다. 금융감독원이 금융사들의 이자 장사를 비판한 것이 결과적으로 이런 ‘빚투’ 확대로 이어졌다. 금융당국의 개입이 개별 대출의 성격까지 봐가며 세밀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큰 부작용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근본적으로는 경제위기와 노동시장 양극화 속에서 노동소득만으로 미래를 꿈꿀 수 없는 한국 사회의 어둠이 만든 현상인 점에서, 정부는 이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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