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핵협의그룹(NCG) 의미
윤건영 "실효성 없는 '약속 어음'"
이용호 "파격적인 최선의 대응체제"
반도체·인플레법 "아쉽다" 한목소리
26일 미국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에 대해 여야 의원들이 엇갈린 평가를 내놨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리가 준 것은 명확히 보이는데 받은 것은 제대로 보이지 않는 회담”이라고 평가했고,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새로운 미래로 나아갈 것을 약속한 의미 있는 시간”이라고 후하게 평가했다. 두 의원은 핵 문제에 대한 의견은 엇갈렸지만, 경제 분야의 저조한 성과에 대해서는 모두 아쉬움을 표했다.
윤 의원과 이 의원은 2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평가했다. 윤 의원은 “한 문장으로 평가한다면 '빈 수레가 요란하다'”라며 “우리가 준 것은 명확히 보이는데 받은 것은 제대로 보이지 않는 회담”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찰 주고 어음을 받은 셈인데 밑지는 장사인 것 같다” 라고 총평했다. 반면 이 의원은 “한미 양국 정상이 새로운 미래로 나아갈 것을 약속한 매우 의미 있는 시간"이라며 "(성적표를 매긴다면) 90점 넘는다”고 평가했다.
핵협의그룹 "실효성 없는 '약속 어음'" vs "최선의 대응체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한 후 ‘워싱턴 선언’을 발표했다. 이 선언의 핵심은 한미 핵협의그룹(NCG·Nuclear Consultative Group)을 창설하는 것으로, 이 기구를 통해 정기적으로 한미는 핵과 전략무기 운영 계획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협의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윤 의원은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종의 약속 어음을 받은 것인데, 크게 소용이 없는 약속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며 "한미 양국은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전쟁이 나면 자동 참전되는 상황이라 실효가 크게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북한 핵공격에 대한 핵보복공격도 의논이 됐던 것 같은데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라며 "핵공격을 받는 순간 한반도는 모든 게 끝이지 않느냐. 핵공격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전에 조치해야지, 맞고 나서 때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미국의 핵잠수함 파견에 대해서는 “세상에 공짜는 없다. 결국 우리가 (그 돈을) 부담하는 것이고 (주변 국가들과의 군사적) 긴장도 함께 고조된다”고 말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저희는 핵전략무기를 한반도에 주재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가까운 곳으로 핵잠수함은 파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이 의원은 NCG가 '최선의 대응체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스스로 핵을 무장하는 것 이외에 지금 나올 수 있는 미국의 입장으로는 최선의 대응체제를 우리와 함께 만들어낸 것”이라며 “미국은 핵문제에 관해서는 오로지 미국 대통령이 모든 걸 결정하는데 그것을 우리 한국 정부와 공유하겠다는 거 아니냐. 이건 굉장히 파격적”이라고 평가했다. 또 “나토(NATO)는 30개국이나 논의를 하기 때문에 비효율적인 측면이 있지만 우리(NCG)는 양자 관계이기 때문에 늘 상시 소통할 수 있어서 매우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또 핵잠수함에 대해서는 “미국의 핵잠수함 같은 핵전략자산은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는 것이기 때문에 수시로 한반도 주변에 배치를 하는 것이 (전략핵 한국 배치보다) 더 오히려 북한으로 봐서는 불확실성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핵도발) 억제가 된다”고 평가했다.
반도체·인플레법 "치명적 한계"... "아쉬워"
국내 경제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문제로, 경제 분야의 가장 큰 화두였던 미국의 반도체지원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윤 대통령은 “첨단기술 분야에서 양국 간 공급망 협력을 더욱 강화시켜나갈 수 있도록 긴밀한 협의와 조율을 해나가기로 했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힌 채 구체적인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경제 분야에 대해서는 두 의원 모두 아쉬움을 표했다. 윤 의원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안보보좌관 브리핑을 보면 ‘한국이 1,000억 달러 이상 투자해줘서 너무 고맙다, 한일관계 개선도 미국이 원했던 건데 해줘서 너무 고맙다’ 등 다 '고맙다'는 말밖에 없었다”며 “우리가 내줄 건 다 내주고 가장 핵심적인 경제 관련 성과를 제대로 뽑아내지 못한 치명적인 한계가 있었다”고 풀이했다.
특히 그는 반도체 분야에 대해 “오히려 혹을 하나 더 붙이고 돌아왔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반도체 제재에 한국의 동참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상회담에서는 공식적으로 논의되지 않았다. 윤 의원은 그러나 “저는 물밑에서든 (반도체 제재 동참) 이야기가 되고 있다라고 보고 있다”며 “우리는 그 부분들을 미중 갈등 속에서 현명하게 잘 처리해야 되는데 그게 아쉽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반도체법, 인플레법 관련 성과가 “(생각했던 것보다)매우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경제 쪽 관련해서 IRA나 수출 문제 이런 것들에 대해서 명확하게 미국으로부터 얻어냈으면 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 부분이 명시적으로 나오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는 조금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시장에 이미 투자돼 있는 반도체 같은 거 많지 않느냐. 거기에 대해서 앞으로 장비든 추가로 투자할 수 있게 인정해주는 것이 필요한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지금 (미국이) 응답을 안 하고 다른 얘기를 했다”며 “우리 정부가 집요하게 이 부분에 대해서 협상해나갈 거라고 저는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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