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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풀리고 고물가 겹치자 '예식비' 껑충... 청년들의 해법은 '노웨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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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풀리고 고물가 겹치자 '예식비' 껑충... 청년들의 해법은 '노웨딩!'

입력
2023.04.28 04: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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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장 공급↓, 혼인 수요는↑... 단가 상승
"예식 준비 회의감"... '노웨딩' 선택 늘어
부모세대 만류 등 대세 자리잡기엔 아직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배모(33)씨 커플은 원래 올해 봄 결혼식을 올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준비 과정에서 알아본 식장 대관료와 식대 등이 너무 비싸 최근 예식을 하지 않는 ‘노웨딩(no wedding)’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배씨는 27일 “돈도 돈이지만 결혼 준비에 들여야 하는 시간과 정성도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잦아들면서 미뤘던 결혼식을 준비하는 예비부부가 크게 늘었다. 반면 3년 넘게 지속된 감염병 유행 기간 불황을 못 이겨 문을 닫은 식장들이 많아진 탓에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웨딩플레이션(웨딩+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물가까지 치솟아 아예 예식을 포기하는 ‘노웨딩족(族)’ 확산을 부채질했다.

혼인 느는데, 식장 줄고, 예식비는 폭등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2019년 1월만 해도 950개에 달했던 전국 예식장 수는 올 1월 754개로 크게 감소했다. 반대로 거리두기 종료와 함께 혼인 건수는 꾸준히 증가 추세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월별 혼인 건수는 지난해 9월(1만4,748건)부터 4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이며 그해 12월 1만9,883건까지 늘었다. 사실상 코로나19 대유행 직전인 2020년 2월(1만9,103건) 수준을 회복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예식비는 ‘부르는 게 값’이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예식장은 2021년 4월 대관료와 식대(180명 기준)를 합쳐 예식비가 1,600만 원이었는데, 내년 4월 예약을 하려면 2,410만 원이 필요하다. 3년 새 50% 가까이 뛴 셈이다. 결혼식은 보통 1년 전 예약을 한다. 이달 2,300만 원(식대 300명 기준)을 내면 식을 치를 수 있는 서초구 반포동 예식장도 내년 예약엔 2,600만 원이 들어간다.

이른바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로 불리는 부대 비용도 덩달아 뛰었다. 최근 결혼한 남모(28)씨는 “지난해 5월 스드메에 500만 원이 들었으나, 지금은 같은 업체가 800만 원을 받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예비부부들 사이에서 “예식비는 오늘이 가장 싸다”는 푸념이 나오는 까닭이다. 올 10월 결혼 예정인 30대 나모씨는 “내년부터 식대가 1인당 5만5,000원에서 6만 원으로 오르니 하루라도 빨리 결혼하는 게 낫다는 얘기를 들어 급하게 식장을 잡았다”고 말했다.

"허례허식은 싫다"... 달라진 결혼 풍속도

코로나19 전후 예식장 및 혼인 추이. 그래픽=김문중 기자

코로나19 전후 예식장 및 혼인 추이. 그래픽=김문중 기자

노웨딩족의 등장은 값비싼 예식비 등 현실적 이유도 있지만, 체면보다 실용성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의 특성도 한몫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어떻게든 결혼식에 목을 맸던 과거와 달리 사정에 맞춰 과감히 식을 생략한 것이다. 상견례나 결혼 알림장(청첩장), 웨딩사진 촬영, 신혼여행 중에서 원하는 항목을 골라 진행하는 실속파들도 생겨났다. 배씨는 “우리 부부가 결혼식의 주인공인데, 수천만 원까지 쓰는 건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허례허식”이라고 강조했다.

청첩장 전달 등 결혼 과정의 ‘정신적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도 노웨딩의 장점이다. 특히 결혼식은 재구매가 적은 시장이라 고객이 ‘을(乙)’일 때가 많다. 결혼 준비에 들어간 A(28)씨는 “반강제적으로 온갖 옵션을 추가하게 하는 등 일생에 한 번뿐인 날에 잘 꾸미고 싶은 예비부부들의 소중한 마음이 상술에 이용당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물론 결혼은 집안끼리의 경사이기도 한 만큼, 당사자들이 합의해도 부모님의 만류로 예식을 강행하는 커플도 적지 않다. 노웨딩을 원했지만 양가 부모의 설득으로 식을 치른 백모(34)씨는 “‘남들 다 하는 걸 왜 안 하느냐’는 부모님의 섭섭한 심정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나광현 기자
박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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