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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후회와 한국판 브렉시트

입력
2023.04.30 16:00
26면
11 4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보스턴 인근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자유를 향한 새로운 여정'을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보스턴 인근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자유를 향한 새로운 여정'을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뉴스1

138년 전인 1885년(고종 22) 5월 초, 조선 조정에 비상 첩보가 접수됐다. 보름 전(4월 15일) 남해 흥양현 소속 거문도에 영국 전함이 들이닥쳐 점거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러시아의 남진 저지’를 명분으로 내세운 이른바 거문도 사건이었다. 불법점령에 대한 영국의 공식통보는 5월 중순이 되어서야 중국을 통해 이뤄졌다.

□침략자였건만 거문도 주민은 영국군과 우호적 관계를 맺었다. 영국의 기지 건설에 필요한 노동력을 기꺼이 제공했다. 수탈만 하던 조선 조정과 달리, 영국은 기꺼이 보수를 지급하고 의료 지원까지 해줬기 때문이다. 영국군 주둔 상황을 직접 목격했던 생존 주민은 1962년의 한 인터뷰에서 “부녀자가 지나가면 뒤돌아서고, 우물물을 마시면 반드시 은화로 지불하고 갔다”고 영국 군인을 칭찬했다. 100여 년 전 조선과 영국의 국력과 수준 차이를 드러낸 사례다.

□그랬던 영국에 요즘 ‘브레그렛’(Bregret)이라는 말이 나돈다.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Brexit)를 후회(regret)한다는 뜻이다. 찬성 여론은 33%에 머물고, 반대는 53%에 달한다. 전문가 집단의 경고대로 경제가 망가졌기 때문이다. G7 국가 중 유일하게 물가상승률이 10%를 넘어섰다. “사실(Fact) 보다 중요한 건 국민 감정(Feeling)”이라는 정치 선동에 영국인들이 넘어간 결과라는 게 미국 저술가 톰 니콜스의 진단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브렉시트 같은 일이 한국에서도 벌어지는 것으로 여기는 모양이다. 방미 중 하버드대 연설에서 “허위 선동과 가짜뉴스가 디지털, 모바일과 결합하여 진실과 여론을 왜곡하는 일이 다반사가 됐다”고 말했다. 광우병 시위, 사드 전자파 의혹 등 국민의 분노 게이지를 극한 수준으로 끌어올렸으나, 흐지부지된 일련의 의혹들을 돌이켜보면 틀린 지적이 아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 미래는 없다’는 말이 있다. 맞는 말이다. 다만 100년 전 일본의 침략 못지않게, 3년 전 이뤄진 브렉시트(2020년 2월 1일)를 후회하는 영국 여론처럼 우리 현대사의 위험한 선동 사례도 잊지 말아야 한다. 영국 못지않게 우리도 선동의 대가를 충분히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조철환 오피니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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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4

0 / 250
  • CCG 2023.04.30 18:44 신고
    비논리적인 논설을 묵과할 수 없어서 댓글 씁니다. 주철환 기자.
    지금 윤석열 대통령 방미 중에 가짜뉴스는 누가 만들고 있습니까? 워싱턴포스트 대통령 인터뷰 발언의 주어가 일본이라고 왜곡하다가, 기자에게 반박 당하고, 사실상 핵공유라고 왜곡하다가, 백악관 고위 관계자에게 반박 당하고. 최근 대한민국에서 가짜뉴스를 생산하고 있는 정부여당이야 말로, 그 책임자인 대통령이야 말로 가짜뉴스의 원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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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CG 2023.04.30 18:47 신고
    영국 못지않게 우리도 선동의 대가를 충분히 치르고 있다고 했는데 그게 뭡니까? 최근 대한민국에서 발생한 가장 큰 정치적 사건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입니다. 자유와 공정을 이야기하던 대통령이 학력, 경력 논란으로 조용한 내조를 하겠다던 김건희 여사의 광폭 행보를 묵과하고 있지 않나,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청와대를 나와서 도어스테핑조차 하지 않는 소통 부재 대통령이 되고 있지 않나.
    최근 한국의 가장 큰 선동은 윤석열 대선 후보 선거운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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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름재 2023.05.05 10:04 신고
      도어스태핑? 그나마 시도라도 해봤지요. 쓰레빠 질질 끌고 다니는 예의없는 gasagi. 그런 분위기에서 이야기가 될까요?
  • 시민1234 2023.09.08 00:18 신고
    한미 fta에 광우병 문제만 있었나요. 지금 소송 당해서 외국에 어마어마한 세금 나가고 있는데. 사드도 전자파 문제만 있었나요. 기자가 눈이 먼 진영논리 중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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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oaamigos 2023.05.01 10:48 신고
    소귀에 경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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