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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삼각무역의 이권과 미국 독립

입력
2023.05.04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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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로드아일랜드

1772년 로드아일랜드 주민들이 감행한 영국 세관선 가스피호 방화 수장 사건을 그린 그림. blogs.brown.edu

1772년 로드아일랜드 주민들이 감행한 영국 세관선 가스피호 방화 수장 사건을 그린 그림. blogs.brown.edu

영국의 신교 박해를 피해 대서양을 건넌 이들이 세운 청교도 나라가 미국이지만, 초기 13개 주 중에서도 로드아일랜드는 언론 종교 집회의 자유에 대한 급진적인 견해 때문에 매사추세츠주 플리머스에서 추방당한 이들이 건립한 주다. 미국에서 가장 면적이 작은 주이지만, 국가가 어떠한 자유로운 종교활동도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신념에 뿌리를 둔 수정헌법1조(자유)의 개념과 원칙, 즉 미국 민주주의 뿌리가 이곳에서 비롯됐다는 평을 듣는다.

영국 세관 선박에 불을 지르고 독립을 맨 처음 선포한 주가 로드아일랜드였고, 건국 후 미국 연방헌법을 마지막으로 비준한 주도 로드아일랜드였다. 그 배경에는 아이러니하게도 민주주의와 상반되는 노예무역의 이해가 깔려 있었다.

로드아일랜드는 1790년 문을 연 신대륙 최초 포터킷(Pawtucket) 수력 면방직공장으로 미국 산업혁명의 서막을 연 곳이지만, 주력산업은 노예 삼각무역이었다. 서인도제도의 당밀을 수입해 럼주를 증류한 뒤, 그 술을 서아프리카 노예상인들에게 주고 노예를 사들여, 카리브해 사탕수수 플랜테이션 농장에 당밀 값을 치르는 무역. 프로비던스와 뉴포트항을 거점으로 한 삼각무역으로 로드아일랜드는 종주국 영국은 물론이고 연방에서도 독립해 자립할 수 있는 경제적 역량을 갖췄다.

그 독주에 제동을 건 게 영국의 밀무역 단속과 당밀에 고율 수입관세를 매긴 설탕법(1764)이었다. 로드아일랜드 주민들은 1772년 프로비던스 근해에 정박한 영국 세관선 가스피(Gaspee)호에 불을 질러 수장시켰다. 식민지 주민의 영국에 대한 첫 군사적 저항으로 기록된 이 사건 4년 뒤인 1776년 5월 4일, 로드아일랜드는 미국 최초로 영국 국왕 조지 3세에 대한 충성을 공식 철회했다.

독립전쟁 후 제정된 연방헌법을 1790년 마지막으로 비준한 까닭도 연방정부에 수입관세를 납부하기 싫어서였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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