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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반격 노리는 우크라군, 거대 젤리 같은 ‘진흙탕’에 발목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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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반격 노리는 우크라군, 거대 젤리 같은 ‘진흙탕’에 발목 잡혔다

입력
2023.05.02 16:45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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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었던 땅 녹으며 진창으로 변한 탓에
전차 진격 불가 등 옴짝달싹 못하게 돼
미 "작년 12월 이후 러군 10만 명 사상"

지난달 4일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인근 최전방 진지에서 우크라이나 군인의 장화와 탄알이 진흙으로 덮여 있다. 도네츠크=로이터 연합뉴스

지난달 4일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인근 최전방 진지에서 우크라이나 군인의 장화와 탄알이 진흙으로 덮여 있다. 도네츠크=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가 예고해 온 봄철 대규모 반격 공세가 의외의 복병에 발목을 잡혔다. 겨울철 꽁꽁 얼어붙었던 땅이 따뜻해진 기온과 최근 내린 봄비로 질척질척한 ‘진흙탕’으로 변하면서 군대도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중부의 제43독립포병여단은 봄철 대반격을 위한 준비를 이미 끝마치고도 진격하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군이 아니라, 봄·가을이면 찾아오는 ‘진흙의 계절’이기 때문이다. 이 시기는 우크라이나어로 ‘베즈도리자’, 러시아로는 ‘라스푸티차’라는 말이 따로 있을 정도로 진창이 오래도록 악명을 떨쳐 왔다.

특히 지난달 우크라이나의 기록적 홍수는 이런 현상을 부채질했다. 익명을 요구한 우크라이나군의 한 사령관은 “지금까지 이렇게 많은 비가 내린 적은 없었다”고 전했다. 기름진 흑토, 이른바 ’체르노젬’으로 뒤덮인 우크라이나의 거대한 곡창지대가 이에 따라 ‘거대한 젤리’처럼 변했다.

우크라이나로선 서방에서 지원받은 장갑차와 전차 등을 핵심 전력으로 삼아 대반격에 나설 계획이었던 만큼, 진창으로 인한 고민도 깊어졌다. 43여단도 독일제 PzH-2000 자주포로 무장한 상태였지만, 최근 이를 모두 철수시켰다고 NYT는 전했다. 50톤이 넘는 자주포가 진흙에 빠지면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탓이다.

실제 지난주에는 자주포 한 대가 진창에 갇히는 일도 벌어졌다. 레오파르트와 에이브럼스 같은 주력 전차도 진흙 앞에서 기를 못 펴는 건 마찬가지다. 로이터통신은 다수의 장갑차와 전차가 진흙 때문에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가 된 모습이 우크라이나 군부대 곳곳에서 목격됐다고 보도했다.

사실 이런 진흙탕은 러시아의 침공 초기엔 우크라이나 방어에 도움이 됐다. 그러나 거꾸로 우크라이나군이 공격을 앞둔 상황에선 장애물로 변했다. 43여단의 세르히 중위는 “차량이 (진흙으로)움직일 수 없는데 교전이 시작되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며 “날씨가 좋아질 때까지 반격은 없을 것”이라고 NYT에 말했다. 전문가들도 땅이 굳어야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개시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미국 공군의 기상전문가였던 데이비드 헬름스는 지난달 초 “우크라이나 토양 속 수분은 5월 1일 전후로 날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공격의 적기’가 좀 더 늦춰지고 있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2월 이후에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군 10만 명이 숨지거나 다쳤다는 미국 정부 발표가 나왔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전화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사망자는 2만 명을 웃돌았으며, 이 중 절반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까운 민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 소속”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 사상자를 묻는 질문에 그는 “사상자 공개 여부는 우크라이나에 달렸다”며 즉답을 피했다.

전혼잎 기자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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