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3.7% 상승, 작년 2월 이후 최소
한은 "올해 중반까진 물가 둔화"
고물가 주범이었던 석유류 가격이 지난해보다 내려가면서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4개월 만에 3%대로 하락했다. 하지만 물가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목표치인 2%와는 멀고 전기요금, 국제 유가, 환율 등 물가를 위협하는 불안 요인도 여전히 많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3.7% 올랐다. 물가 상승률이 3%대에 안착한 건 지난해 2월 3.7% 이후 14개월 만에 처음이다. 물가 상승폭은 지난해 7월 6.3%로 정점을 찍고 등락을 반복하다 올해 들어 4개월 연속 둔화하고 있다.
물가는 석유류가 가장 많이 떨어뜨렸다. 석유류는 전년 대비 16.4% 하락하면서 전체 물가를 0.90%포인트 끌어내렸다. 석유류 하락폭은 2020년 5월(-18.7%) 이후 가장 컸다. 세부 품목별로는 휘발유, 경유가 각각 17.0%, 19.2% 내려갔다.
반면 전기·가스·수도 23.7%, 외식 7.6% 등의 물가 상승폭은 컸다. 두 품목은 전체 물가를 1.78%포인트 높이면서 물가 안정세를 위협했다. 외식 물가는 지난해부터 국제 곡물가격·인건비·공공요금 상승 여파로 고공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채소류 역시 7.1% 올랐다. 특히 시장에 공급되는 물량이 워낙 적은 탓에 양파 물가는 51.7% 뛰었다.
당국은 물가 상승률이 앞으로 더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물가 상승폭이 5~6%대로 워낙 높았던 점을 고려하면, 3분기 정도까진 3.7%에서 더 내려갈 수 있다는 판단이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중반까지 뚜렷한 둔화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은은 물가 목표 수준인 2% 달성은 연내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기저효과'가 작용하더라도 물가가 확 내려가긴 어렵다는 뜻이다. 물가를 높일 복병도 곳곳에 있다. 당장 정부가 이달 결정 예정인 2분기 전기요금이 변수다. 한국전력공사 적자를 고려할 때 불가피한 전기요금 인상은 물가 상승을 자극한다.
국제 유가, 환율도 긴장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국제 유가는 배럴당 120달러까지 오른 지난해와 비교하면 70달러 후반~80달러 수준으로 아직 양호하나 오펙플러스(OPEC+·주요 산유국 모임)의 감산으로 불확실성이 크다. 지난해 리터(L)당 2,200원을 돌파했다가 1,527원까지 하락했던 국내 휘발유 평균 가격은 이날 1,662원을 기록하면서 상승세다. 1,342.1원에 마감한 환율도 수입 물가를 높여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
장보현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장은 "한국은 다른 국가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물가 둔화 흐름이 빠르다"며 "국제에너지 가격 불확실성 등 물가 불안 요인이 남아 있는 만큼 정부는 주요 품목별 가격 동향을 면밀히 점검·관리하겠다"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