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복 "공천 얘기 없었다" 녹취 내용 전면 부인
비윤계 중심으로 "이진복 검찰 고발" 격앙된 반응
당내에선 "경직된 '당대관계' 단면 보여준 사례"
野 "대통령실,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 비판
최근 최고위원들의 잇따른 설화에 대한 징계 개시로 쇄신 분위기를 조성하던 국민의힘이 '공천 개입' 논란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공천을 거론하며 대통령 옹호 발언을 요구했다'는 취지의 태영호 최고위원의 음성 녹취가 공개되면서다. 당 지도부와 대통령실은 이 수석 발언이 직접 녹취된 게 아니라 전언 수준으로 언급됐을 뿐이라며 내용을 부인하며 서둘러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감 사안인 '공천 개입' 문제가 불거졌다는 점에서 파장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이진복 "공천 얘기 나눈 적 없어"... 대통령실·당 지도부 수습 총력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을 만나 "(태 최고위원과) 그런 얘기를 전혀 나눈 적 없다"며 공천 개입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전날 MBC는 태 최고위원이 보좌진에게 "최고위원으로서 마이크를 잘 활용하면, 공천 문제 신경 쓸 필요도 없다"는 이 수석 언급을 소개한 음성 파일을 보도했다. 녹취대로라면, 대통령실 최고위직 인사가 공천을 빌미로 당 지도부에 대통령실 옹호 발언을 압박한 셈이다. 이에 이 수석은 "(공천 문제는) 금기사항으로 관여하지 말아야 하는 일"이라며 "공천은 당에서 하는 것이지 여기(대통령실)에서 하는 것이 아니다. 제가 공천을 줄 위치에 있지도 않다"고 일축했다. 태 최고위원도 보도 직후 페이스북에 "이 수석은 본 의원과 만난 자리에서 한일관계 문제나 공천 문제에 대해 언급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당 지도부는 태 최고위원 개인에게 책임을 돌리며 진화에 나섰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태 최고위원이) 본인이 과장했다, 거짓말했다고 하지 않느냐"며 "(대통령실에서) 당무 개입을 안 했는데, 했다고 하면 어떡하느냐"고 반문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도 국회에서 만난 취재진에게 "(태 최고위원) 본인이 사실이 아니라고 하기 때문에 일단 입장을 존중하고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쇄신 분위기 '찬물'...당내선 '경질·사퇴' 격앙된 반응
당 지도부와 당사자가 일제히 의혹을 부인하고 나선 것은 '공천 개입' 파장을 차단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게 중론이다. 비윤계 김웅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녹취록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 수석은 당무 개입, 공천 개입이라는 중대범죄를 저지른 것"이라며 "그게 아니라 태 의원이 없는 일을 꾸며내 거짓말한 것이라면, 태 의원은 대통령실을 음해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을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허은아 의원도 "(태 의원은) 여당 지도부를 자신의 공천만 생각하는 집단으로 만들었고, 대통령실의 공천 개입 논란까지 불러온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며 의원직 사퇴를 요구했다.
당내에서는 '공천 개입' 의혹과는 별개로 대통령실과 여당의 경직된 관계를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평이 나온다. 당 관계자는 "대통령실이 당 지도부에 대통령 '심기 경호' 역할을 당부하고, 당 지도부는 '눈치 보기'에 급급해 적극 호응하고 나선 것 아니겠느냐"며 "당과 대통령실 간의 위계적 관계가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라고 진단했다.
당 중앙윤리위에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최고위원 '실언'에 대한 징계 절차를 밟고, 김현아 전 의원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 진상조사로 악재를 털어내려는 시점에 찬물이 끼얹어지자 비윤계가 아니더라도 태 최고위원을 향한 당내 반응은 싸늘하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이날 회의에서 경기 고양정 당협위원장인 김 전 의원에 대한 당무감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한 친윤계 초선 의원은 "대통령실이 공천 문제에 언급된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스스로 중징계의 명분을 준 것"이라며 "윤리위는 지도부 공백을 개의치 말고 엄격히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野 "대통령실 공천 압박 배후 밝혀야"...'돈 봉투' 의혹 되치기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파문 악재로 고전 중인 민주당은 여권의 '공천 개입' 의혹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대통령실의 당무 개입은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며 "태 최고위원이 쏟아냈던 야당을 향한 무리한 비난이 대통령실의 공천 압박에서 기인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 배후의 정점에 누가 있는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동근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정무수석이 실상은 '당무수석' 역할을 했다"며 "이 수석은 하루라도 빨리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윤 대통령이 책임을 물어 파면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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