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감성 '피식쇼'부터 '차쥐뿔'까지
TV 떠나 유튜브에 자리 잡은 토크쇼
트렌디한 콘셉트로 스타들의 '찐텐' 보여줘
"신사 숙녀 여러분! 최고의 쇼가 돌아왔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피식쇼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문법에 맞지 않은 언어라는 지적에도 굴하지 않고 엉터리 영어 진행을 고수하는 등 '지독한 콘셉트'로 눈길을 끄는 토크쇼인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의 '피식쇼'는 한국 개그맨(이용주·김민수·정재형)이 영어로 진행한다. 미국 유명 토크쇼들을 오마주한 콘텐츠인데 진행자들의 언어는 대체로 콩글리시지만 게스트도 흔들리지 않고 콘셉트에 몰입하는 게 특징이다. 최근 유튜브 콘텐츠로는 최초로 백상예술대상에서 TV부문 예능 작품상도 수상했다. "서동요 전법으로 진짜 월드 클래스쇼가 되어 버렸다"는 댓글도 무색하지 않다. 진행자들은 자신의 쇼를 '월드 클래스' 토크쇼라고 자화자찬했는데 최근 마블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의 감독 제임스 건과 배우 크리스 프랫이 이 쇼에 출연했다.
사실 최근 TV에서 토크쇼는 각광받지 못하는 포맷이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정도가 최근 시청률 5~6%대를 유지하며 명맥을 유지할 뿐 한창 유행했던 1인 스타 진행자의 이름을 딴 여러 토크쇼도 사라진 지 오래다. 하지만 유튜브에서는 다르다. B급 감성을 내세운 '피식쇼'는 물론 개그맨 이용진의 '튀르키예즈 온 더 블럭', 가수 이영지의 '차린 건 쥐뿔도 없지만'(이하 차쥐뿔), 가수 아이유의 '팔레트', 국민 MC 유재석이 수다 떠는 채널 뜬뜬의 '핑계고'까지 토크쇼에 기반을 둔 콘텐츠들이 잘나가고 있다. 과거 TV 토크쇼는 에피소드 백화점이라 불릴 정도로 작가들과 촬영 전에 상의한 에피소드나 인맥 이야기 등으로 이뤄져 시청자들 입장에서 식상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유튜브 토크쇼는 가볍지만 트렌디하고 자연스럽다는 느낌을 준다. 홍보 목적이 강했던 TV 토크쇼와는 다르다는 점도 차별 포인트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출연진 홍보나 인지도 올리기와 같은 목적을 가지고 제작됐던 과거 TV 토크쇼와 달리 유튜브 속 크리에이터들은 특정한 목적을 지우고 진정으로 즐기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고 짚었다. 유해성을 둘러싼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술 '먹방'이 가능하단 점도 팬들의 관심과 맞아떨어진다. 술을 매개로 스타들의 진솔한 말과 행동을 보고 싶어 하는 팬들의 기대에 호응한다. 최근 '차쥐뿔'에 블랙핑크 지수가 나오자 팬들은 "지수가 술 마시는 걸 보다니"라며 열광했다. 지난달 초 공개된 콘텐츠의 누적 조회수는 1,552만 회에 달한다.
화면 밖에서도 느껴지는 스타들의 진솔한 모습은 분량이 조금 길어도 시청자들에게는 소구력이 있다. 유재석의 '핑계고'는 한 테이블에 앉아 유재석과 동료들이 1시간 넘게 '그냥 떠드는' 콘텐츠이지만 누적 조회수가 348만 회에 달한다. 이 콘텐츠의 매력은 TV에서 본 적 없는 유재석의 '찐 웃음'을 볼 수 있다는 것. '유(재석) 선배 복지 콘텐츠'란 콘텐츠 이름답게 유재석이 특정한 목적 없이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것(동료들과 수다 떨기)을 한다는 느낌을 준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유튜브 기반 토크쇼는 '스타들이 진짜 자기 이야기를 한다'는 느낌을 줘 흥미롭다"면서 "산업적 측면에서도 콤팩트한 인풋으로 훌륭한 아웃풋을 주기 때문에 꾸준히 제작되고 사랑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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