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야모야병은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속목동맥 원위부가 점점 좁아지는 질환이다. 불충분한 혈류를 보완하기 위해 바깥목동맥으로부터 대체 혈관이 발달한다.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하면 뇌 심부(深部)에 비정상적으로 자라난 가느다란 혈관이 연기처럼 보이는 특징을 지닌다. ‘모야모야’라는 이름 자체가 일본어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모양을 뜻한다.
모야모야병은 우리나라에서 10만 명 당 1.7~2.3명에서 발생하는 희소 질환이다. 한국, 일본, 중국 등 동북아시아에서 주로 발병하며 가족력을 동반할 때가 많다. 특히 남성보다 여성에서 1.8배 많이 발생한다. 모야모야병은 2016년 이 병을 앓던 여대생이 강도를 피하려다 혼수 상태에 빠진 사건이 일어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모야모야병 치료에 다발성 천두술이 개두술만큼 수술 효과가 뛰어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소아청소년 모야모야병 환자에서는 두피 조직을 분리해 뇌 표면에 접촉해 혈관이 자라 뇌에 피를 공급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간접 문합술(吻合術·연결술)을 주로 시행한다. 간접 문합술은 크게 머리를 여는 개두술(開頭術)과 구멍을 뚫는 다발성 천두술(穿頭術)을 이용하는 두 가지 방법으로 나뉜다.
김승기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 소아신경외과 교수팀이 2006~2020년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에서 양측 전두엽 간접 문합술을 받은 모야모야병 어린이 환자 346명을 대상으로 개두술과 다발성 천두술의 임상 양상을 비교 분석한 연구 결과다.
모야모야병은 뇌의 혈관이 서서히 막혀 뇌허혈에 의한 일과성 마비, 두통 등의 증상으로 발견되며, 치명적인 뇌경색·뇌출혈이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이다.
전두엽 뇌혈류가 떨어진 모야모야병 어린이 환자는 다리 허혈 증상 완화와 인지 기능 보존을 위해 간접 문합술을 받는다. 개두술은 수술 도중 출혈이 많고, 수술 후 뇌경색이 발생할 때도 있어 다발성 천두술을 통한 간접 문합술도 시행된다.
연구팀은 현재까지 개두술과 다발성 천두술의 임상 결과를 직접 비교한 결과가 없다는 점에 착안해 어떤 수술법이 좋은지 확인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두 가지 수술법의 임상 결과 비교를 위해 2006~2020년 수술 받은 모야모야병 환자를 △개두술군(111명) △다발성 천두술군(235명)으로 나눠 임상 특징, 수술 내용, 수술 후 결과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 다발성 천두술군은 개두술군보다 수술 후 뇌경색(5.5% vs 11.7%)과 출혈성 합병증(0% vs 3.6%) 발생 비율이 적었다.
다발성 천두술군은 개두술군보다 수술 시간(308.6분 vs 354.2분)이 짧았고 수술 중 출혈량도 적었다. 이는 다발성 천두술이 개두술과 비교했을 때 우월한 수준의 안전성과 치료 효율성을 가진다는 것을 뜻한다.
특히 다발성 천두술은 덜 침습적인 방법임에도 혈관 재생, 혈류 개선, 인지 기능, 증상 호전 등의 수술 결과 지표에서 개두술과 큰 차이가 없었다.
신경학적 결과 개선 척도인 mRS(modified Ranking Score) 점수를 평가했을 때, 양호한 신경학적 상태(mRS 점수 0~2)를 보인 환자는 다발성 천두술군이 수술전 85.9%에서 최종 추적 시 97.9%로 향상됐다.
또 두 가지 수술 방법 모두 장기 추적 결과에서 수술 후 뇌경색 없는 10년 생존율이 개두술군 98.2%, 다발성 천두술군 98.0%로 효과가 탁월했다.
김승기 교수는 "앞으로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뇌경색·뇌출혈에 대한 예방적 치료인 모야모야병 수술에서는 합병증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 연구 결과로 다발성 천두술이 모야모야병 어린이 환자에게서 효과적이고 안전한 양측 전두엽 간접 문합술임이 입증돼 의미가 있다”고 했다.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은 2017년 세계 최초 단일기관으로 모야모야병 어린이 환자 1,000명을 수술한 바 있다.
또한 김승기 교수팀은 앞서 2018년 모야모야병이 미토콘드리아와 관련 있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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